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업계의 지각변동 속에서 몸집 키우기를 준비할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추진에 따라 국내 저비용항공업계에도 대규모 지각변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함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진에어에 통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22일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규모(매출, 항공기 보유수)가 큰 제주항공이 진에어 중심의 통합 저비용항공사 등장에 따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코로나19 이후 전열을 가다듬게 되면 다른 저비용항공사들과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으로 제주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보유대수는 모두 44대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다.
하지만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품게 되면 모두 60대의 항공기 기재를 확보하게 돼 순위가 뒤바뀌게 된다.
매출 측면에서 살펴봐도 진에어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없었던 2019년을 기준으로 진에어(9101억 원), 에어부산(6332억 원), 에어서울(2335억 원)의 매출을 합하면 1조7768억 원으로 제주항공(1조3840억 원)을 넘어선다.
제주항공으로서는 강력한 경쟁상대를 맞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이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절차에 참여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만큼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코로나19 이후 다른 저비용항공사의 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제주항공은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인수합병과 관련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며 “그동안 꾸준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고 노력했던 기업인만큼 코로나19 이후에 다른 항공사를 인수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국면에서 다른 저비용항공사와 달리 적극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인수합병도 유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한다.
티웨이항공은 모기업인 티웨이홀딩스가 건축자재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가 코로나19까지 겹치게 되면서 매각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티웨이홀딩스의 매출구조를 살펴보면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건축자재부문이 1.7%를, 티웨이항공의 운송사업이 98.3%를 차지하고 있다.
티웨이홀딩스는 건축자재부문에서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매출 38억 원을 거두는데 그쳤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2% 줄었다.
티웨이항공이 최근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매각설은 잦아들었지만 티웨이홀딩스의 경영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제주항공의 티웨이항공 인수합병 추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지원했던 것처럼 남은 저비용항공사 사이의 합병을 지원한다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우선 코로나19 위기를 넘긴 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인수합병 계획과 관련해 확답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것이 선결과제지만 항공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