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신용카드 제휴사들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빅데이터 관련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카드가 데이터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 카드사업 의존을 낮추고 새 수익원을 키워내는 일은 상장을 앞두고 성장 잠재력을 기업가치에 반영하기 위해 중요한 과제다.
13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협력사와 구축한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빅데이터 전문기업으로 변화를 앞당기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대한항공과 현대자동차, 스타벅스, 이마트와 코스트코, 배달의민족 등 신용카드 제휴사 12곳의 데이터를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필요한 데이터와 불필요한 데이터를 구분해 걸러내고 현대카드 독자적 방식으로 체계화해 필요한 조건에 맞는 데이터를 곧바로 꺼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제휴사와 카드상품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 출시를 위해 온라인쇼핑과 대형마트, 차량공유 등 다양한 업종 기업과 협력에 속도를 내 왔다.
현대카드와 제휴사가 고객데이터를 공유해 데이터사업에 활용하는 계획도 정 부회장과 협력사 경영진 사이 논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현대카드 데이터 플랫폼은 앞으로 외부 고객사에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를 공급하거나 빅데이터 기반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새 수익원을 확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데이터 신사업 진출은 현대카드가 올해 또는 내년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중장기 성장성을 증명하는 데 중요한 열쇠로 꼽힌다.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금리 하락, 정부 카드수수료 규제 및 대출 제한으로 현대카드를 포함한 카드사들이 수수료와 대출이자 등 기존 주요 수익원에 의존하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5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현대카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한 만큼 데이터사업에서 성장성을 충분히 인정받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상장에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올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대어'로 꼽히는 기업의 상장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우호적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상장을 서두를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부터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상장작업을 본격화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현대카드 제휴사 확보와 디지털 전환이 상장을 위헤 만든 전략이라는 의견은 방향성과 시기를 볼 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신사업에 힘을 싣는 행보가 상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상장을 금전적 관점에서 추진할 생각이 없고 당장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필요성도 없다며 이런 관측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경쟁 카드사들이 대부분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카드도 상장을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이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현대카드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 가능성을 예고한 점도 상장 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현대카드 재무적 투자자(FI)들도 과거 현대카드 상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현대카드가 상장을 무기한 늦추기는 어렵다.
결국 정 부회장이 이른 시일에 현대카드 데이터사업에서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며 상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당분간 현대카드 데이터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신사업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 빅데이터 제휴사 기반을 확대하고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