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지사가 기본대출을 제안한 뒤 이 제도의 효과와 현실성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본대출은 1천만 원 안팎의 대출금을 연 1~2% 이자율로 빌릴 기회를 모든 국민에게 제공해 서민들이 장기저리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이 지사가 내놓은 정책제안이다.
이날 조선일보는 ‘이재명의 전국민 1% 마이너스통장 계산기 두드려봤습니다’ 기사를 통해 정부가 보증을 서는 서민금융상품 ‘햇살론’의 부실률이 10%에 이른다는 점을 근거로 이 지사의 기본대출 제안을 비판했다.
이 지사가 기본대출을 제안하며 상환불능자가 1천 명 가운데 1명(0.1%)이 될 것으로 추정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햇살론의 부실률이 10%에 이른다는 점에서 이 지사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지사도 곧장 반박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는 일부 살인적 고금리로 대출받는 ‘저신용자그룹’ 부실률로 기본대출을 반박하고 있다”며 “인식수준이 낮은 것인지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참겠다”고 말했다.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햇살론의 부실률을 근거로 기본대출의 논리를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기본대출을 제시하며 금융복지에서도 한발 앞서 의제를 선점해 복지국가 비전을 지닌 지도자 이미지를 더 확고히 구축하려 한다고 본다.
이에 앞서 내놓은 ‘법정최고금리를 연 10% 인하’ 주장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 지사는 8월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6명에게 현행 연 24%의 법정최고금리를 10%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해달라고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여러 복지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며 복지에 강한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굳혀 왔다. 청년배당, 무상공공산후조리원, 무상교복 등은 이 지사의 주요 복지정책으로 꼽힌다.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대출과 같이 전국적으로 파급력이 큰 복지정책을 화제로 만들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13일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가 44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GDP의 97.9%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5위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왔는데 최근 들어 상승폭은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가계부채 증가로 대출 이자율에 따른 각 가계의 금융부담 체감도가 더 커진 상황에서 기본대출과 같은 금융복지는 서민들에게 더 와닿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추석을 앞두고 명절 민심을 겨냥해 서민들에게 민감한 대출 이슈를 꺼냈다는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기본대출을 두고 비판도 적지 않다. 이 지사가 정책의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고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다는 말도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지사의 기본대출은 국민에게 금융대출을 시혜성으로 제공해 금융시장과 신용대출시장을 근본적으로 망가뜨리는 발상”이라고 깎아내렸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대출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기본대출로 발생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데 무분별하게 기본대출을 줘야 한다는 게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본대출이 적용된다면 실제로 큰 영향을 받는 금융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2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서도 선별적 사업 등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출을 해주는 게 많은데 일반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장기저리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사적 금융시장이 무너져 일부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떠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