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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상반기 영업손실 5조, 정제마진 떨어져 하반기도 고난의 행군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9-09 14: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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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가 3분기에도 실적에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정유4사가 원유를 주로 받는 사우드아라비아 아람코가 3분기에는 2분기보다 원유 판매가격을 높여 정유4사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정유4사 상반기 영업손실 5조, 정제마진 떨어져 하반기도 고난의 행군
▲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첫째 주(8월30일~9월5일) 정제마진이 배럴당 –0.8달러로 떨어지면서 정유업황 회복을 향한 기대가 한풀 꺾였다.

정제마진은 3월 셋째 주부터 마이너스를 유지하다가 8월 둘째 주에 0.2달러, 셋째 주에 0.6달러, 넷째 주에 0.3달러로 집계돼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억눌려 있었던 정유제품 수요가 회복되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기대가 퍼지고 있었다.

정제마진의 마이너스 행진에 정유4사는 나름대로 원가 절감 노력을 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가격이 비싼 경질원유(황 함량이 적어 고부가 정유제품 생산에 유리한 원유 종류) 대신 저렴한 멕시코산 마야유의 도입을 늘리고 있다.

마야유는 중질원유(황 함량이 많아 고부가 제품 생산에 불리한 원유 종류) 가운데서도 질이 좋이 않은 초중질원유로 가격이 낮은 편에 속한다. 다만 두 정유사는 중질원유 처리에 특화된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도입 원유의 종류을 다각화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모회사 GS에너지가 보유한 보령LNG(액화천연가스)터미널을 통해 LNG를 값싸게 도입할 수 있다는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에 앞서 4월 GS칼텍스는 여수 정유공장의 연료를 저유황중유(LSFO)에서 LNG로 전량 대체하는 작업을 마쳤다. 공장 가동비용을 줄이고 저유황중유를 판매로 돌려 수익을 기대하는 일석이조의 수다.

에쓰오일은 정제설비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다. 3분기에 원유 상압 증류공정설비(CDU)와 윤활기유 수첨개질설비(HDT)의 정기보수가 남아 있어 인위적 조정 없이도 가동률 조정이 가능하다.

다만 이런 노력들이 정유4사 실적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인건비나 공장 가동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0달러가 아니라 4~5달러 수준으로 현재 정제마진과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정유제품 수요의 대부분이 운송연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유4사로서는 코로나19가 재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시름이 더욱 깊어진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경제활동 재개로 운송연료 수요가 회복되고 있었다”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을 감안하면 앞으로 유가와 정제마진의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정유4사 관계자들은 운송연료 가운데서도 항공유 수요의 계속되는 부진이 가장 뼈아프다고 말한다.

항공유는 정유사들 매출의 10~20%가량을 차지해 휘발유와 함께 제품별 매출비중이 큰 정유제품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는 항공유의 매출비중이 2019년 기준 20.1%로 생산제품 가운데 가장 크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항공유는 정제 이후에 부식 방지제, 정전기 방지제, 결빙 방지제 등을 첨가하는 특수 처리 과정까지 거쳐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정유제품”이라며 “이익 기여도는 매출비중 이상이라 항공유 마진의 개선 없이는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지어 정유4사는 3분기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람코는 아랍산 경질유(아랍라이트)의 아시아 공시 판매가격(OSP)를 배럴당 7월 0.2달러, 8월 1.2달러, 9월 0.9달러 등 플러스로 유지하고 있다.

아람코는 두바이유와 오만산 원유의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공시 판매가격을 결정한다. 9월 공시가격인 0.9달러는 두바이유와 오만산 원유의 평균가격에 0.9달러를 더한 것이 아랍산 경질유의 판매가격이라는 뜻이다.

아람코는 4월 –3.1달러, 5월 –7.3달러, 6월 –5.9달러로 아시아 공시 판매가격을 책정했다. 3분기 정유4사는 2분기보다 평균 6.2달러 비싼 가격에 아람코의 원유를 들여온 셈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아람코에서 원유의 70%를 받았을 정도로 아람코 의존도가 높다. 에쓰오일의 경우는 아람코로부터 원유 수요 전량을 들여온다.

아람코가 3분기에 아시아 공시 판매가격을 2분기보다 높인 만큼 정유4사가 상반기의 적자를 크게 복구하기는 낮은 정제마진 이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4사는 2020년 상반기 합산 영업손실 5조1016억 원을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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