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소재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SK그룹의 반도체 계열화전략에서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 이용욱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19일 SK머티리얼즈에 따르면 반도체 노광공정에 쓰이는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크립톤(KrF) 포토레지스트의 양산 시점을 2022년으로 잡았다.
생산시설의 예상 준공시점은 2021년이지만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를 받는 기간을 고려한 것이다.
SK머티리얼즈의 주요 고객사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사들이다.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는 고객사 수준에 걸맞은 기술력이 요구되지만 양산에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이에 앞서 6월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불화수소(HF, 순도 99.999% 이상)의 고객사 품질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포토레지스트와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JSR, TOK, 스미토모케미칼, 신에츠케미칼 등 일본 화학회사들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가 불거졌을 때 불화 폴리이미드와 함께 대체가 어려울 것으로 꼽힌 3개의 반도체소재 가운데 두 제품이다.
이용욱 사장은 소재 독립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SK머티리얼즈의 새 사업기회를 넓히고 있다.
이 사장은 앞서 2월 SK머티리얼즈가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사업부를 인수해 포토레지스트 생산기술을 확보했을 때 “고객들의 소재 국산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적기에 양산해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세운 반도체소재 독립기조는 SK그룹 차원의 반도체사업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SK그룹에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SK실트론이 웨이퍼를 공급하고 SKC와 SK머티리얼즈가 마스크와 세라믹패드, 세정가스와 식각가스 등 소재를 공급하는 계열화 구조가 짜여 있다.
이 사장이 SK머티리얼즈의 반도체소재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것은 SK그룹의 반도체 계열화를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실제 이 사장이 SK머티리얼즈에서 생산하려는 새 반도체소재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제품만이 아니다. 낸드플래시메모리의 생산과정에 쓰이는 고선택비인산(HSP)이 대표적 제품이다.
낸드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쓰인다.
최근 콘솔 게임기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는 수요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장용량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제조사들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저장 용량이 커지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낸드플래시메모리 생산라인을 기존 2D(2차원) 라인에서 반도체의 기억 용량이 큰 3D(3차원)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3D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데는 2D 낸드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할 때보다 고선택비인산이 더 많이 필요하다. 때문에 SK머티리얼즈의 고선택비인산사업은 빠르게 제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SK머티리얼즈의 반도체소재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이 사장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머티리얼즈의 기존 사업에 주가 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 지표) 9.3배를 적용하면서도 이 사장이 추진하는 신사업들에는 주가 수익비율 30.5배를 적용했다.
이를 근거로 SK머티리얼즈 목표주가를 기존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높여 잡기도 했다. 김 연구원뿐 아니라 최근 대다수 증권사 연구원들이 SK머티리얼즈 목표주가를 잇따라 높이고 있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계속해서 반도체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은 신사업 성공을 향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SK머티리얼즈는 그룹의 반도체사업 전략을 뒷받침한다는 역할이 있는 만큼 고부가 반도체소재 육성에 온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