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현대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가 제네시스 GV80 디젤모델 일부에서 엔진 떨림현상이 발견돼 차량의 출고를 중단하고 품질점검에 들어간 것을 두고 이례적 결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 자동차업계 관행에선 심각한 결함이 아니라면 차를 일단 출고해 고객에게 인도하는 것이 일반적 모습이었다.
GV80은 대기 물량만 1만 대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출고중단으로 소비자들의 기다림이 더욱 길어져 판매량 측면에서 타격을 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만큼 현대차가 품질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는 현대차가 과거 세타2엔진 결함과 싼타페 에어백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고객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던 과거 모습과도 대비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타2엔진 결함 문제와 관련해 2019년 10월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평생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결함 은폐 의혹을 둔 검찰의 수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국토교통부가 2016년 10월 현대차가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고 고발한 건도 조사하고 있다.
현대차가 품질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새 쏘나타의 품질논란이 일었을 때부터다.
현대차는 2019년 3월 쏘나타를 출시한 뒤 차량의 소음과 진동 등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자 쏘나타 생산을 잠정중단했다.
이를 두고 자칫 신차판매에 타격을 줄 수 있음에도 품질 향상에 공을 들이기 위해 생산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말이 나왔다.
품질논란은 아니지만 기아차가 올해 2월 쏘렌토 하이브리드모델의 친환경차 미인증 사실을 깨닫고 하루 만에 사전계약을 중단하고 사전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친환경차 기준 미달에 따라 받지 못하게 된 모든 세제혜택을 회사가 모두 부담하기로 결정한 일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회사의 실수에 따른 책임을 모두 짊어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처럼 최근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가 품질논란에 대응이 빨라진 것은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19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게 된 시점에 들어서며 무리한 외형 성장을 지양하고 고객 중심으로 판매 체질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고객 중심의 개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7월 연구개발본부를 7년 만에 개편하고 현대차그룹 직원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고객 중심의 의사결정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단순히 제조회사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기업으로 일군다는 큰 그림을 그려두고 있다.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미래차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고 고객 중심 경영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9년 5월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앞으로 밀레니얼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서비스와 제품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가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더 노력할 여지가 없는지를 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GV80 관련 불만이 나오고 GV80 출고 고객들이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하면서 품질논란을 인지하고 곧바로 해결책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은 10일부터 GV80의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원인은 파악했지만 해결방안을 두고 유효성 검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제대로 해결책을 마련한 뒤 출고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