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갤럭시노트20에 실릴 삼성전자 AP가 5나노급 공정을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과 6나노급 공정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AP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적용되는 통합칩(SoC)으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다양한 반도체의 기능을 하나로 모아놓은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의 전체적 성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의 두뇌’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20의 AP ‘엑시노스992(가칭)’가 6나노급 공정을 채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6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 만큼 현재 최고사양인 7나노급 AP ‘엑시노스990’을 6나노급 공정 기반으로 개선해 갤럭시노트20에서 선보일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이 26일 5나노급 공정 기반 CPU와 GPU 설계자산(IP)을 발표하면서 올해 안에 이보다 더 앞선 ‘5나노급 엑시노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견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ARM은 모바일 AP 설계자산 쪽에서 독보적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 삼성전자나 퀄컴, 미디어텍 등 주요 AP 제조사와 거래하고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 XDA디벨로퍼는 “삼성전자는 엑시노스992에 5나노급 공정 최초의 모바일 통합칩(SoC)을 넣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경쟁력을 입증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가 퀄컴 AP ‘스냅드래곤’에 관한 성능 열세를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차별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경기도 평택사업장에서 5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21일 밝힌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IT매체 WCCF테크는 “삼성전자가 8월부터 생산하는 5나노급 반도체의 첫 번째 멤버가 엑시노스992일 수 있다”며 “엑시노스990보다 개선된다면 많은 잠재 고객이 삼성의 발전에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992가 실제로 5나노급 공정 및 새로운 설계자산을 채택한다면 현재 최고 성능의 AP로 꼽히는 퀄컴 ‘스냅드래곤865’와 상당한 격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RM은 5나노급 CPU ‘코어텍스-A78’과 GPU ‘말리-G78’이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 성능은 20%가량 높아지는 반면 전력은 더 적게 소모한다고 설명했다.
스냅드래곤865가 7나노급 공정 및 이전 세대 설계자산 ‘코어텍스-A77’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발전된 미세공정과 설계자산이 적용된 엑시노스992 쪽이 더 뛰어날 수밖에 없다.
▲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예상 디자인. <폰아레나>
하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20에 5나노급 AP를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7나노급 AP 엑시노스990을 채용해 올해 초 내놓은 ‘갤럭시S20’ 시리즈와 지나친 성능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매체 안드로이드어쏘리티는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갤럭시S 시리즈에 최신 AP를 도입했다”며 “갤럭시노트 시리즈에서는 갤럭시S와 같은 AP를 채용하거나 조금 더 개선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2018년 출시된 갤럭시S9와 갤럭시노트9는 모두 10나노급 AP ‘엑시노스9810’을 탑재했다.
2019년에는 갤럭시S10이 8나노급 AP ‘엑시노스9820’를, 갤럭시노트10이 7나노급 AP ‘엑시노스9825’를 적용했다. 1년 사이 더 나은 미세공정이 적용됐지만 공정의 차이가 2나노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ARM이 막 발표한 설계자산을 제품화하기에는 갤럭시노트20 출시일이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도 있다. 갤럭시노트20은 8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IT매체 샘모바일도 “ARM의 새 CPU와 GPU는 2021년 이전에는 AP에 적용될 것 같지 않다”고 봤다.
기술매체 EE타임스는 이안 스미스 ARM 솔루션마케팅 부사장의 말을 인용해 “ARM CPU 코어텍스-A78을 사용한 첫 제품은 내년 초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