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빠르게 성장하는 게이밍기기시장을 잡기 위해 오디세이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무선사업부의 게이밍 노트북과 데스크톱뿐 아니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게이밍 모니터까지 오디세이 이름 아래 모여 시장을 주도할 채비를 갖췄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 대표 e스포츠 전문기업인 T1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게이밍 전용 제품 브랜드 ‘오디세이’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T1은 2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명문 e스포츠팀으로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LoL) 등 주요 e스포츠 종목을 석권했다. e스포츠업계 최고의 스타인 페이커(이상혁)이 소속돼 있어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 4월에는 국내 e스포츠업계 최초로 BMW그룹과 후원계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6월 국내에 출시하는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G9과 G7을 T1에 독점 공급한다. 신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 T1의 인기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6년 처음 게이밍 모니터를 출시한 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금액기준으로 17.9%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에 올랐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게이밍 제품 전용 브랜드 오디세이를 게이밍 모니터에 도입했다. 1월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처음으로 오디세이 게이밍 모니터 G9과 G7를 공개했다. 이어 T1과 제휴로 마케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오디세이는 ‘극한 모험의 여정’의 뜻을 담은 게이밍 제품 전용 브랜드다. 기존에 게이밍 노트북과 데스크톱,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등 IM부문 무선사업부 제품들에서 사용하던 것을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제품인 게이밍 모니터까지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사업이 엄격하게 독립돼 있는데 서로 다른 사업부가 같은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게이밍기기시장이 매력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게이밍 노트북 판매량은 2019년 1990만 대에서 2023년 2640만 대로 연평균 7.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게이밍 모니터 판매량은 780만 대에서 1220만 대로 연평균 11.8%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처럼 성장세가 가파른 게이밍기기시장에 LG전자도 주목한다. LG전자는 ‘울트라기어’라는 이름으로 게이밍기기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얼마 전 아프리카TV가 주최하는 e스포츠 대회에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고 e스포츠 경기장 ‘핫식스 아프리카TV 콜로세움’에 울트라기어 게이밍 모니터 100여 대를 공급했다.
최근에는 북미 최대 e스포츠팀인 이블지니어스(EG)와 후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게이밍 모니터까지 오디세이 단일 브랜드를 적용하고 T1과 파트너십을 맺은 데에는 울트라기어를 앞세운 LG전자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오디세이 모니터사업은 최근 실적이 부진한 삼성디스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철수를 선언한 가운데 커브드 모니터는 마지막까지 힘을 주고 있는 LCD 제품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얼마 전 특허청에 ‘Curved MilRad 1000R’이라는 이름으로 1000R 곡률의 커브드 패널 상표권과 도안을 출원했다. 1000R 커브드 패널은 오디세이 G9과 G7에 사용된 패널이다.
커브드 모니터 패널은 LCD사업 가운데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디세이 게이밍 모니터가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면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