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조선3사가 건조한 선박들은 중고선박시장에서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팔린다.
최근 독일 해운사 아틀란틱로이드가 현대중공업이 2005년 건조한 파나막스(파나마 해운을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형)급 컨테이너선 ‘옥타비아’를 싱가포르 피드텍그룹(Feedtech Group)에 매각한 것이 한 사례다.
선박시장 분석기관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옥타비아의 가치는 859만 달러다. 그러나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아틀란틱로이드가 옥타비아를 적어도 1천만 달러 이상에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조선3사가 건조한 중고선박이 비싸게 팔리는 것은 중국이나 일본 조선사들의 건조선박보다 연비가 뛰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국제해사기구의 선박연료유 황함량 규제가 본격 시행되며 LNG 추진엔진을 탑재하지 않은 선박은 기존 벙커씨유보다 가격이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지난해부터 용선시장의 운임료 책정 기준에서 연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주들은 운항 속도, 선박 크기, 화물 적재량이 모두 같지만 연료 소모량이 더 적은 선박을 찾는다”며 “연비가 우수한 선박을 통해 절감한 연료 가격만큼 추가 이익을 확보할 수 있고 아니면 그만큼 운임을 내릴 수 있는 운임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조선업계에서는 조선3사의 수주 경쟁력이 선박 건조 기술력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많았으나 이는 선박의 품질이나 친환경 솔루션 등 수치화하기 쉽지 않은 부분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2019년 11월 재매각된 초대형 액체화물운반선(VL탱커)들의 정보를 살펴보면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의 건조 기술력과 비교해서 조선3사의 기술 경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2002년 건조한 초대형 액체화물운반선 ‘아스트로챌린지’는 지난해 11월 3200만 달러에 매각됐다.
반면 일본 유니버설아리아케조선(Universal SB Ariake)이 건조한 ‘걸프글로리’는 선박 연령과 화물 적재량 등 사양이 아스트로챌린지와 비슷한데도 33%가량 저렴한 2400만 달러에 팔렸다.
이는 아스트로챌린지의 운임 대비 연료비 효율이 업계 평균보다 12.6% 높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10년 운항을 가정할 때 아스트로챌린지는 선박 건조가격의 10.2%를 연료비 절감분으로 보전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조선해양이 1999년 건조한 ‘마란칼리스토’의 매각가격은 1800만 달러였는데 비슷한 조건의 중국 원총조선소가 건조한 ‘CS파이어니어’보다 10.5% 비싸게 팔렸다.
마란칼리스토의 운임 대비 연료비 효율은 업계 평균보다 38.9%나 높으며 선박 건조가격의 31.5%를 연비 효율로 보전할 수 있다.
그리스 선사 테나마리스(Thenamaris)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디얄라’와 ‘니나와’를 2019년 5월 매각할 때도 시세보다 20%가량 비싸게 되팔았다.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옥타비아.
이처럼 중고선박의 가격 경쟁력으로 입증된 선박 건조 기술력은 발주가 가까워지는 LNG운반선의 용선 선주들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준비하는 해운사가 선박의 재매각까지 고려해 조선3사를 찾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글로벌 메이저 선주사들은 선박의 내구연한이 한계에 다다른 선박을 스크랩(선박을 분해해 고철로 매각하는 것)하지 않는다.
중고선박을 스크랩 가격보다 비싸게 매각하고 새 선박을 발주하는 것으로 선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카타르의 국영가스회사 카타르가스와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은 각각 LNG운반선 80척과 쇄빙 LNG운반선 10척을 발주하기 위한 조선사 입찰과 선주사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두 발주건 모두 조선사 수주전은 한국 조선3사와 중국 후동중화조선의 4파전으로 압축됐다.
독일 하팍로이드와 일본 원(ONE, Ocean Network Express) 등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의 회원사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각각 6척씩 발주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수주 후보로 조선3사와 중국 후동중화조선, 다롄조선, 장난조선소, 일본 이마바리조선 등이 거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