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 대표는 토스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만큼 증권사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는 2015년 설립 이후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늘어나는 매출규모에 맞게 마케팅 비용 등도 크게 증가하며 적자 폭도 함께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스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유일한 방법으로 증권사,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사업 다각화가 꼽히지만 최근 진전이 없어 이 대표의 처지에서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5월 토스의 증권사 설립 인가를 신청했지만 넉 달이 가까워오도록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얻지 못했다.
증권사 설립 인가가 나오기까지 보통 2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가가 매우 더뎌진 셈이다.
이 대표가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공식적 자리에서 “감독기관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진행되는 것이 없다”며 금감원을 비판한 것도 이런 초조함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으로 알려진 점에서 갓 취임한 은 위원장 앞에서 금감원을 비판한 것을 두고 사전에 계산된 전략이었을 것이란 시선도 업계에서 나온다.
금감원이 진행하고 있는 토스의 증권사 설립 인가심사가 까다로워 이를 포기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 규제완화에 의지를 보이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심사에 영향력을 미치길 기대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토스의 자본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증권사 설립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토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 128억 원 가운데 상환우선주 비율이 75%(96억 원)에 이른다. 벤처캐피탈에게 상환우선주를 발행해주고 투자금을 유치해왔기 때문이다.
올해 77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 유치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환우선주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상환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투자자의 상환요청이 있으면 발행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상장회사가 사용하는 일반회계기준에서는 자본으로 인식되지만 상장회사가 사용하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등에서는 부채로 잡히게 된다.
토스와 금융당국의 시각차이는 한 마디로 '인터넷은행'을 놓고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토스는 인터넷에, 금감원은 은행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증권사나 인터넷전문은행처럼 많은 고객의 돈을 다뤄야 하는 회사라면 상장회사의 기준을 적용해 상환우선주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회사로 등록된 국내 회사는 비상장사라도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기도 하다.
하지만 토스는 상환우선주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에서 가장 일반적 방식인 데다 비상장사에 상장사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뜻을 금감원에 줄곧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온 뒤에도 토스의 증권사 설립 인가 등과 관련해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금감원은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관련 사안을 들여다본 뒤 필요하면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토스 관계자는 “이 대표의 발언은 증권사 설립 인가를 얻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한 발언으로 금융당국의 역할과 권한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적이 아니었다”며 “토스는 인가를 위한 적격성 검증은 금융당국의 고유 권한임을 알고 있으며 증권사 설립을 위한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