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창원공장에서 노동자가 엔진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쌍용차> |
“쌍용자동차도 엔진을 만듭니다.”
민병두 쌍용차 창원엔진공장장의 말이다. 쌍용자동차가 엔진을 자체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18일 쌍용자동차는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을 생산하는 창원 공장에서 미디어 초청행사를 열었다. 쌍용차가 먼 곳까지 기자들을 초청한 것은 꼬박 37개월을 들여 자체개발한 가솔린 엔진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창원공장 내부에는 조용한 활기가 넘쳤다. 조립라인을 제외하고 100% 자동화 공정을 갖춘 덕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지만 컨베이어 벨트는 쉬지 않고 돌아갔다.
창원 공장은 소형 엔진을 만드는 1공장과, 중형 엔진을 생산하는 2공장으로 구성된다. 티볼리와 코란도에는 소형 엔진이, 대형 SUV G4렉스턴과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에는 중형 엔진이 장착된다.
가공 공정을 진행하는 라인을 지나치자 완성된 엔진들이 나란히 늘어선 채 평택 공장으로 옮겨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소 몸집이 작은 엔진이 이번에 쌍용차가 자체개발한 1.5리터 터보 가솔린엔진이라고 했다.
쌍용차에게 1.5리터 터보 가솔린엔진이 지닌 의미는 특별하다.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기업 5곳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차 모델을 두고 있지 않아 당분간 가솔린 SUV로 친환경 수요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현대 코란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쌍용차는 코란도에 들어가는 1.5리터 터보 가솔린엔진을 개발할 때 배출가스 기준을 미국 캘리포니아의 초저공해 자동차 기준인 슈렙(SULEV)을 목표로 잡았다.
슈렙 인증을 받으려면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0.019g/km이하여야 한다.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 6가 질소산화물 0.08g/km 이내를 기준으로 잡고 있는 것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치다.
친환경차 엔진 개발은 창원공장의 가장 큰 숙제이지만 당장 내연기관차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만큼 당분간은 초저공해차로 대응할 것이라고 쌍용차는 설명했다.
코란도는 덕분에 국내 SUV에서 유일하게 저공해 3종 인증을 받은 차량으로 꼽힌다. 공장에서 만난 이들은 코란도의 이런 강점이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기를 기대했다.
쌍용차는 ‘명품 엔진만 만든다’를 목표로 내걸고 엔진의 불량률을 낮추는 데도 힘쓰고 있었다. 공장 곳곳에 붙은 ‘품질은 창원 공장의 얼굴이고 자존심’이라는 문구에 자꾸 시선이 갔다.
100% 자동화 공정이지만 품질 불량을 점검하는 노동자를 따로 두고 RFID 전산시스템으로 품질 불량을 꾸준히 점검한다. RFID는 무선 주파수로 물건을 구별하는 기술이다.
쌍용차는 불량률이 50ppm으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0ppm은 엔진을 100만 대 생산했을 때 불량제품이 50대 나오는 수준이다.
쌍용차는 ‘SUV는 디젤’ 공식이 무너지고 높아지는 가솔린 SUV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 4월부터 1.5리터 터보 가솔린엔진의 자체 개발을 시작했다.
국내 완성차기업과 비교해 단 4종 SUV 라인업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하는 만큼 엔진 개발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야 했다.
SUV가 오프로드뿐 아니라 도심용 차량으로도 인기를 끄는 만큼 실제 사용도가 높은 속도구간에 최적화한 엔진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김성훈 쌍용차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개발담당 상무보는 “최고출력을 높이기보단 저속에서 최대 토크 성능을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연비를 높일 수 있도록 연료 손실과 엔진 부하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처음 엔진을 만들 때 기술제휴를 맺은 독일의 자동차기업 메르세데스-벤츠의 도움을 받았다.
2004년부터 엔진 독자개발 능력을 갖췄으며 지금까지 창원 공장에서 모두 290만 대의 엔진을 생산했다. 엔진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꼽히는 크랭크샤프트, 실린더 헤드, 실린더 블록 등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