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놓고 대규모 투자를 발표할 때마다 반도체 협력사 지원 확대를 중점목표의 하나로 내걸고 있다.
반도체 투자를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 확보 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생태계를 키워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뜻을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 협력사와 상생을 위한 지원정책이 꾸준히 시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 말 반도체 협력사에 역대 최대규모인 323억 원 규모의 상반기 성과금을 지급했다. 올해 새로 도입한 협력사 직원 대상 환경안전 교육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발표하며 협력사와 상생을 위한 투자에 적극 힘쓰겠다고 했던 약속이 삼성전자의 협력사 지원활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 원을 들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고 지난해는 반도체 등 주력사업에 2021년까지 180조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 기업이 발표한 투자로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큰 규모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투자 발표에서 모두 반도체 협력사와 상생하기 위한 지원정책 강화를 중점 추진목표 가운데 하나로 앞세웠다.
삼성전자의 180조 원 투자에는 협력사의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사업 운영자금 대출 등을 지원하는 데 4조 원 가까운 금액을 들이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시스템반도체 투자계획에도 국내 중소 반도체기업과 협력사에 삼성전자가 직접 기술을 제공하고 인프라를 공유해 생태계 발전에 힘쓰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부회장은 4월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람과 기술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상생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협력사 지원 강화는 한국경제에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내 협력사가 모두 동반성장하는 반도체 생태계의 발전을 이뤄내겠다는 것이 협력사 지원 강화의 핵심목표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막대한 자금여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반도체 협력사를 지원하고 기술을 제공하는 일은 한국 반도체산업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게이트 사태를 겪은 뒤 “삼성전자가 다시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찾고 있다.
이를 위해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협력사 지원을 통한 상생방안도 적극 시행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로 삼성전자 등 기업이 반도체소재와 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며 한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추진하던 이 부회장의 노력은 더욱 시선을 받고 있다.
▲ 2019년 4월 열린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
일본 정부는 한국에 수출하는 일부 반도체 소재에 수출규제를 도입한 데 이어 다른 소재 품목과 반도체 장비 등을 추가로 규제대상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여러 반도체 협력사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기술을 지원해온 만큼 국내 협력사를 통해 핵심소재와 장비 등을 국산화하는 데 속도를 내는데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협력사도 일본산 소재와 장비 수요를 대체해 삼성전자에 공급을 확대하며 수혜를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공격적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협력사를 위한 지원정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6월 열린 반도체 경영진 간담회에서 “어려운 상황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해달라”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