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이 실패한 가운데 해외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해외 인터넷전문은행과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 1기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왼쪽)와 케이뱅크 로고.
7일 인터넷전문은행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은 7월 안에 대만 정부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라인은 지난해 11월 대만 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 타이완과 현지 기업들이 구성한 컨소시엄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만 정부는 이번에 2개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첫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지만 라인과 일본 라쿠텐 등 해외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의 참가를 허락했고 이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유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밖에 아시아 국가들도 인터넷전문은행을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일본은 SBI저축은행을 보유한 SBI홀딩스가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스미신넷뱅크를 포함해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태국은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3월에 영업을 시작한 이후로 하반기 2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 출범한다. 홍콩도 이미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했다.
반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상황은 이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1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KT의 유상증자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히며 정상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흥행 우려 속에 가까스로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모두 규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금융위가 3분기에 제3인터넷전문은행 재심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도전자가 있을 지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일부에서는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을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 현명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네이버가 동남아 대부분 국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아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도전했다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만 운영되면 높은 성장성이 보장되는 사업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의 위뱅크는 2014년 설립 이후 매년 200% 넘는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대출이 50조 원을 넘어섰고 기업가치도 23조9천억 원에 이르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은행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국내 정보기술(IT) 환경이 세계적 수준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이 뒤처진 점을 놓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정보통신기술 환경에도 금융 관련 규제가 가장 까다로워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기 어려운 나라”라며 “각종 규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 속도가 늦어질수록 금융권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