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투명폴리이미드필름사업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용 투명폴리이미드필름(CPI) 양산체제를 갖췄는데 일본 정부의 규제로 경쟁제품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일본 정부는 4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에칭가스의 한국 수출규제를 시작했다.
이번 규제로 이날부터 이 제품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허가 신청과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 약 90일이 소요돼 사실상 수출규제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규제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 처리를 통해 안정성과 강도를 높인 폴리이미드(PI) 필름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TV와 스마트폰용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OLED) 디스플레이의 소재로 쓰인다. 특히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한 종류인 투명폴리이미드 필름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액정 대용으로 쓰인다.
삼성전자가 올해 처음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는 일본 스미모토 화학에서 투명폴리이미드 필름을 공급빋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의 재출시 일정은 불투명하지만 일본 수출 규제에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국내 투명폴리이미드필름 양산시설을 갖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더블 패널은 시장형성 단계로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등 잠재적 공급가능업체가 있어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플렉서블 올레드(OLED)시장에서 일본의 특수 필름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향후 소재 국산화가 진행되면 국내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분야를 투명폴리이미드필름으로 한정한다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SK이노베이션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파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국내 경쟁사에 한 발 앞서 양산설비를 갖췄다.
2016년 자체기술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을 개발해 CPI 필름이라 이름붙이고 특허를 출원했고 같은 해 900억 원을 들여 생산설비를 짓기 시작해 2018년에 완공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북 구미 공장은 연간 100만㎡의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을 생산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와 관련해 이날 “투명폴리이미드필름은 이미 양산체제를 갖추고 다수의 글로벌 디스플레이업체에 샘플을 제공했으며 일부 업체에는 이미 적용되고 있다”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관련 수출규제가 이뤄져도 우리는 필름 공급에 필요한 양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투명폴리이미드 필름 양산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이미 중국 화웨이가 내놓을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 X’에 쓰일 폴리이미드필름 납품을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용 폴리이미드필름을 납품할 기회를 잡는다면 이제 막 개화를 앞두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용 폴리이미드필름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경쟁사인 SKC도 투명폴리이미드필름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나 아직 양산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SKC는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A는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이 2019년 300만 대, 2021년 1400만 대, 2022년까지 5천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시장이 커질수록 소재시장에서도 선점효과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우리는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아니라 디스플레이업체나 코팅업체에 납품하는 것이라 고객사 계약 관련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미칠 영향에 관련해서는 일단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