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불협화음을 내면서 상반기 중으로 출범이 예상됐던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의 출범이 난항을 겪고 있다.
28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위와 금감원은 특별사법경찰의 운영을 두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으나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이 22일에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의 제정을 예고하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집무규칙 제정안을 놓고 강한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의 제정안 예고를 놓고 “금감원의 집무규칙 제정안은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24일에는 금감원에 제정안의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집무규칙 제정안의 내용 가운데 두 기관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특별사법경찰조직의 직무범위다.
금감원이 예고한 집무규칙 제정안 제2조 제1항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제7조의3에 따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범죄에 대한 수사를 그 직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안 제22조 제1항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에 관하여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한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하여 수사를 개시·진행하여야 한다’며 직권 인지수사도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의 집무규칙 제정안의 직무범위 규정은 금융위가 마련한 규정과는 내용이 다르다.
금융위는 2일 발표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특별사법경찰 운영방안 주요 내용’에서 정한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직무범위를 ‘증권선물위원장이 패스트트랙사건으로 선정해 검찰에 통보한 긴급 중대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사건’으로 정했다.
두 기관은 모두 “앞으로 관련 내용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갈등설을 진화하려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협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위가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출범으로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의 역할이 축소되고 금감원을 통제하는 범위가 줄어들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사법경찰은 법무부 소속인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금융위가 마련한 운영방안을 놓고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통제권한을 유지하면서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증권선물위원회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사건은 19건에 불과하다”며 “특별사법경찰관법이 규정한 수사범위보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직무범위를 좁혀서 어떻게든 금융위의 권한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번에 금융위가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의 운영을 추진하는 것도 국회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제도는 2015년에 도입됐다. 금융위원장이 금감원 직원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 추천하고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최종 지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금융위는 지금까지 한 번도 금감원 직원을 특별사법경찰로 지명 추천하지 않았다.
결국 국회에서 “금융위가 법제도를 사문화하고 있다”는 이유로 특별사법경찰의 지명 추천권을 금감원장에게도 부여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추진하자 금융위가 마지못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두 기관 사이에 조정이 안 된 것 같아 지켜보고 있다”며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여전히 금감원장에게도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