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을 통해 클라우드시장의 강자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도전장을 내민다.
클라우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각종 정보통신(IT) 자원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서비스다. 별도의 장치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 접속만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 박원기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대표이사.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시장을 이미 아마존과 구글 등 해외기업들이 점령한 가운데 네이버가 국내 공공·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은행, 코레일, 한국재정정보원, 녹색기술센터 등 다양한 정부 및 공공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내 클라우드시장 자체가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단계여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들여온 아마존이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금융, 게임 등 다양한 산업군에 적합한 상품들을 갖추고 있고 365일 24시간 사용자센터를 운영하는 국내기업이기 때문에 서비스 운영과 관리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국내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두고 있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 대응이 가능한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 본사와 자체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지 않은 해외 기업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파고든 것이다.
아마존웹서비스는 11월22일 서울지역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 쿠팡, 배달의 민족을 비롯해 가상화폐거래소 등이 1~2시간가량 접속불량 등의 오류를 겪었다.
이 사태로 아마존웹서비스는 오류 발생 그 자체보다 문제가 발생했는데 담당자와 연결이 안되는 등 문제 파악과 대응이 느렸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그 밖에도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네이버와 라인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하며 검증받은 보안능력, 다양한 상품, 친근한 사용환경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클라우드 보안인증'과 국제 표준인증 가운데 하나인 'CSA 스타' 콜드 등급을 획득했고 최근에는 의료정보 보호 시스템 인증도 받는 등 클라우드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은 아마존웹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클라우드사업의 규모가 작고 상황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클라우드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기업들이 한국시장을 점령하고 글로벌기업들의 클라우드에 우리기업, 정부, 공공기관의 데이터가 저장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클라우드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강한 해외기업들이 잠식한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국내 기업들의 존재감은 아직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클라우드시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국내 사업자는 네이버와 KT 정도”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KT는 클라우드서버를 구축하고 직접 운영하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인터넷데이터센터 운영회사다.
다만 클라우드시장을 선점한 아마존과 경쟁은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들의 70~80%가 해외 기업의 클라우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아마존웹서비스가 40%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시장 자체를 형성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클라우드사업의 개척자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방대한 정보통신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클라우드시장을 선도하면서 2017년 기준으로 세계 190개 국가에서 100만 곳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은 보유한 서버와 저장공간을 그냥 두지 말고 외부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활용하자는 생각에서 2006년부터 아마존웹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웹서비스의 매출은 2014년 46억 달러에서 2017년 175억 달러로 늘어나 3년 동안 한 해 평균 55%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 최근 클라우드사업에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효율화’를 꾀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으면서 후발주자들은 공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가 취임한 뒤 기업고객을 겨냥한 클라우드사업 등에 주력해 올해 3분기 2017년 같은 기간보다 68.9% 늘어난 36억 달러를 클라우드사업에 투자했다.
IBM은 오픈소스 운영체제(OS) 회사 ‘레드햇’을 340억 달러에 인수해 혼합형(하이브리드) 클라우드사업에 집중할 계획을 세웠다.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시장에 '절대강자'는 없다는 것이다.
정솔이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클라우드기업들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업들의 국내 클라우드시장 초기 선점에도 불구하고 해외기업의 서비스와 비교해 서비스 안정성과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소를 갖췄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네이버와 라인, 밴드, 스노우 등 내부에만 제공하던 정보통신 인프라 서비스를 상품으로 개발해 2017년 4월 본격적으로 클라우드사업에 뛰어들었다.
박원기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대표이사는 "모회사 네이버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지원하면서 인터넷의 모든 서비스를 경험해 봤다”며 네이버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클라우드 상품군을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만의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새로운 기술의 클라우드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클라우드사업 진출 1년여 만에 서비스가 20여 개에서 100개로 늘었다.
박 대표는 올해 7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네이버가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아마존·구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에서 5위 안에 드는 기술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최근 자체 분석한 결과 클라우드사업 1위 기업 아마존과 비교해 서비스 종류와 기술이 90%까지 따라가는 등 세계 5위라는 목표는 도전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 대표는 2009년 네이버에 합류한 뒤 네이버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인 ‘각’의 설립을 담당하는 등 네이버의 정보통신 인프라 서비스를 총괄해왔다.
박 대표는 2014년 7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이 정보통신 인프라 서비스 전문회사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최휘영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초대 대표이사에 이어 대표이사에 올랐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2009년 5월 온라인 정보제공사업을 하는 회사로 세워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