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쯤 이 전 사장의 후임이 정해질 것”이라며 “시스템경영이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인사공백에 따른 차질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이 물러나면서 삼성물산이 패션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삼성물산의 전체 매출에서 패션사업 매출은 5% 안팎에 그칠 정도로 비중이 작다.
실적도 썩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이사장은 2015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올랐는데 그 뒤 패션사업은 영업손실을 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5년 영업손실 89억 원, 2016년 영업손실 452억 원을 냈다. 2017년 들어 흑자를 내긴 했지만 2018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25억 원에 이른다.
이 이사장이 삼성 패션사업을 책임질 때 만들어진 에잇세컨즈 등 브랜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에잇세컨즈는 ‘8초 만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뜻이 담긴 SPA브랜드로 2012년 출시했다. 중국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에잇세컨즈를 아시아 톱3 SPA브랜드로 키우고 2020년까지 해외매출 10조 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런 계획에 따라 에잇세컨즈는 2016년 중국에 법인을 세웠지만 이후 2018년 상반기까지 중국에서 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등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에잇세컨즈의 매출이 늘고 영업손실도 줄어들고 있다"며 "매장 효율화를 진행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곳도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초창기 경영에 의욕을 품고 임원인사 등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하면서 이 이사장이 자리를 옮긴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패션부문 매각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보태는 데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한화종합화학 지분과 금천물류센터, 서초사옥 등을 매각하면서 현금성 자산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올해 말까지 모두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산한다.
▲ 에잇세컨즈 로고.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면 삼성물산의 배당수익이 늘어나고 삼성생명의 자본적정성 이슈가 해소되며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지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그룹은 금산분리의 원칙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7.92% 보유하고 있는데 국회에 계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4.92%를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이 법안은 보험회사가 계열사 주식을 시장가치 기준으로 보유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분을 외부에 팔게 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꼽혀왔다.
삼성물산의 패션부문의 사업가치는 약 1조 원으로 추산된다. 제일모직이 2013년 말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할 당시 양도가를 1조500억 원으로 책정했다.
다만 당시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 매출이 1조7천억 원 정도였는데 삼성물산의 패선사업부의 매출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가치가 더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며 “향후 인사가 발표된 뒤에 구체적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