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12-06 17: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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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카드 수수료 개편안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카드사에 당근과 채찍을 준비하고 있다.
6일 금융위원회는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어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태스크포스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소, 소비자 전문가, 카드업계, 카드사 노조 추천인사 등으로 구성됐다.
2019년 1월 말까지 카드사 경쟁력을 높이고 마케팅비용 과다 지출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다.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높여 중소가맹점 보다도 수수료율이 낮은 '역진성 문제'을 해소하는 대책은 이번 태스크포스의 주요 논의사항 가운데 하나다.
최훈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11월26일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연간 매출 500억 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은 연간 매출 5억 원 초과 가맹점보다 낮은 평균 수수료율 1.94%를 적용받고 있었다"며 "연간 매출 500억 원 이하 카드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을 2% 아래로 낮춰 카드 수수료율의 역진성을 해소하려 했다"고 말했다.
연간 매출 500억 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들이 카드사의 마케팅 활동으로 많은 혜택을 보고 있음에도 관련 비용의 80%가 전체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에 공통으로 배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간 매출 500억 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 수는 전체 카드가맹점 수의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소 가맹점이 부담한 카드 수수료가 실질적으로 소수의 대형 가맹점을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대부분 쓰이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가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카드사로서는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안에 따른 수수료수입 하락 영향에서 다소 숨통을 틀 수 있게 된다.
카드사가 그동안 대형 가맹점에 중소가맹점보다 낮은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한 것은 협상력 차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상대적으로 협상 우위에 있는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높은 카드 수수료율을 밀어붙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카드수수료 협상 문제는 시장 원리에 맡겨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이라는 당근과 함께 불필요한 마케팅비용을 줄이라는 채찍도 들며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국내 전업카드사의 2017년 연간 순이익은 1조2268억 원인데 금융위의 개편안이 시행되면 수수료 규모가 최대 1조4천억 원까지 줄어들면서 적자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융위의 지적대로 카드사들의 마케팅비용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4조1142억 원에서 2017년 6조724억으로 3년 동안 47.6% 증가했다. 2018년 상반기 마케팅비용도 3조2459억 원으로 2017년 같은 기간 2조9224억 원보다 11.1% 늘었다.
상반기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증가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올해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은 6조5천억 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갱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회성 마케팅비용은 카드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카드사들이 일회성 마케팅비용을 줄인다면 수수료율을 낮출 여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