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치솟았던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대한항공의 4분기 실적을 놓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대한항공은 상장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3분기 영업이익이 2017년 같은 기간보다 성장했다. 2017년 3분기보다 올해 3분기에 대한항공 유류비가 무려 33.7%(2216억 원)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깜짝 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한항공의 실적 고공행진은 4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유가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 당 56.46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66.76달러로 거래를 끝냈다.
한 달 전 서부텍사스산 원유와 브렌트유 가격이 각각 71.78달러, 80.78달러였던 점과 비교하면 20% 정도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국적 항공사 가운데 운항 노선이 가장 많고 운항 거리도 가장 길어 유류비 지출도 가장 많다. 대한항공의 3분기 유류비는 8793억 원으로 전체 2위인 아시아나항공보다 75% 이상 많다. 저비용항공사 1위인 제주항공의 유류비 933억 원과 비교하면 거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다.
항공기가 비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기름이기 때문에 유류비는 여객, 화물 등 대한항공의 모든 사업 부문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특히 4분기에는 3분기에 둔화됐던 여객 수요의 성장세가 회복되고 화물부문의 연말 특수가 예상되는 만큼 유가 안정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국내 모든 공항 기준 국제선 여객 수는 지난해 10월보다 11.4% 증가했다. 올해 9월에 있었던 추석이 2017년에는 10월에 있었던 것을 살피면 고무적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4분기 국제 여객 수요는 견조한 상황”이라며 “3분기 자연재해로 실현되지 못한 국제선 여객 수요도 이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항공의 화물부문은 4분기에 계절적 성수기 효과에 항공화물 운임 인상이 겹쳐 실적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과 관련해 미리 화물을 운송하려는 화주들의 수요가 지속되면서 해상운송 공급 부족 현상과 맞물려 항공편 전환 물량도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유가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은 4분기 말부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항공업계에서 유가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 달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유가 하락으로 대한항공의 실적 개선 속도는 4분기 말부터 빨라질 것”이라며 “유가 하락은 4분기 성수기에 돌입하는 화물부문의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