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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정부 요구로 부담만 떠안는 '제로페이'에 속내 불편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18-1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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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사업을 바라보는 은행들의 속내가 불편한 듯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제로페이를 놓고 “은행이 수수료를 포기하고 결제 플랫폼 구축, 운영비용 등 부담만 떠안게 됐다”며 볼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 정부 요구로 부담만 떠안는 '제로페이'에 속내 불편
▲ 은행권에서 수수료 수입 못 거두는 정부주도의 제로페이를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7월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세번째),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네번째)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는 모습.

제로페이는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간편결제 수단이다. 결제 수수료를 크게 낮춰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다.

제로페이사업에는 네이버, 한국스마트카드, 한국정보통신 등 10곳의 전자결제 사업자를 비롯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등 18곳의 주요 금융회사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제로페이는 가맹점의 연간 매출 규모에 따라 0~0.5%로 수수료 범위를 잡았다. 신용카드 수수료 0.8~2.3%와 비교하면 낮게 책정됐다.

문제는 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추는 데만 초점을 두다 보니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비용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로페이를 이용한 거래에서도 계좌이체는 필요하고 누군가는 거래의 무결점을 확인해야 하며 거래 관련 기록의 보관과 관리도 필요하다”며 “여전히 실질적 비용은 0이 아닌 상태에서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파악했다.

은행들은 소비자의 제로페이 사용에 따른 은행 사이 계좌이체 수수료도 받지 않거나 크게 낮추기로 서울시,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협약을 맺었다.

은행들은 금융결제원이 구축한 뒤 운영하는 제로페이 플랫폼 관련 비용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제로페이 플랫폼의 초기 구축비용은 39억 원, 연간 운영비용은 35억 원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부담을 당연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제로페이 사업을 수익성을 놓고도 의구심이 있지만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국가기관이 민간사업 영역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시장 경쟁을 통해 가맹점의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경쟁을 촉진하고 영세가맹점을 돕는 제도 정비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간편결제시장도 경쟁을 통해 수수료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알리페이가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자 ‘수수료 0%’를 선언했다. 위챗페이, 유니온페이 등 경쟁자들도 알리페이에 대응해 수수료를 0.5~0.6% 수준으로 낮췄다.

핀테크업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가 아닌 사업제휴 등 다양한 수익모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는 “수수료 수입을 포기할 수 없어서 제로페이 시범사업에 불참한 것이 아니다”라며 “카카오페이는 수수료를 수익모델로 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로페이사업을 주도하면서 은행에 여러가지 부담을 강요한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의 경쟁과 발전에 따라 핀테크 등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돕고 영세업자는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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