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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위기, 정몽구 공은 살리고 과와 결별할 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11-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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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위기다. 판매와 품질, 미래차 투자, 체질 개선, 지배구조 개편 등 곳곳에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곳곳에 남아있는 정몽구 회장의 공과 과를 가려 개선해야 할 것들은 시급히 손을 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의 한계

25일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몽구 회장이 내세운 품질경영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조차 나온다. 
 
현대차 위기,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9572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몽구</a> 공은 살리고 과와 결별할 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 회장은 2000년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의 평가에서 세계 37개 자동차브랜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34위, 37위에 오른 것을 계기로 품질경영에 주력했다.

2001년 서울 양재동 사옥에 품질상황실과 품질회의실, 품질확보실을 마련하며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품질경영을 삼았다.

이는 올해 JD파워 평가에서 제네시스와 현대차, 기아차가 1~3위를 싹쓸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품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차는 2013년에 판매보증 수리비용으로 9760억 원을 사용했는데 불과 4년 만인 2017년에 보증수리 등에 사용한 비용은 1조7430억 원까지 증가했다.

단순화하기 힘들지만 현대차가 내는 영업이익률이 2012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는데 판매보증 수리비용 지출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도 정 회장의 ‘품질경영’이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최근 수년 동안 현대차 실적이 악화한 것은 리콜(자발적 시정조치)과 관련해 비용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대폭 밑도는 실적을 낸 것도 품질 관리의 실패 때문이다.

현대차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2889억 원을 냈는데 자동차부문에서는 영업손실 2520억 원을 냈다. 품질과 관련해서만 모두 5천억 원가량의 비용을 반영했는데 세타2엔진과 에어백의 결함에 따른 리콜 비용이 대거 포함됐다.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품질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현재 현대기아차의 과거 리콜 사례를 놓고 과정이 적절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미국 소비자에게 막대한 보상을 해야할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말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조사에서 현대기아차가 설계 단계부터의 오류를 무시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미국 소비자와 정부에 대한 사기와 기만의 혐의에 따른 대규모 과징금 부과 및 소비자의 집단소송을 마주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미국 이외 다른 지역에서의 리콜을 확대해야 할 수도 있고 브랜드 가치 훼손에 따라 판매가 급감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한국전력 부지 인수 논란도 여전

현대차그룹이 위기에 놓이면서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 인수를 놓고도 부정적 평가가 다시 고개를 든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서울 삼성동의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낙찰받았다. 한국전력 부지는 서울 강남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렸는데 정몽구 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해 감정가의 3배에 이르는 ‘통 큰 베팅’이 이뤄졌다.

당시에도 정 회장의 판단을 놓고 시장에서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현대차그룹이 해마다 연구개발비로 지출하는 금액은 4조 원가량이다. 해외 완성차기업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규모라는 지적이 해마다 나왔는데 현대차그룹이 땅 투자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 부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국전력 부지 인수가 확정된 뒤 한 달 동안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19조 원가량 빠졌을 정도다.

미국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10조 원 입찰은 현대차의 자만”이라며 “사람이나 기술, 제품이 아닌 바벨탑과 같은 본사 건물에 이익을 사용하는 것은 언제나 실수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하는 대신 인수합병에 10조 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면 지금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현대차그룹 위상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여전하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유럽 완성차회사를 인수했다면 지금처럼 브랜드 전략에서 고전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도 타타그룹과 중국 지리자동차는 각각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고급차 브랜드 재규어-랜드로버와 볼보를 인수했는데 현재 고급차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타그룹과 지리자동차가 고급차 브랜드를 인수하는 데 쓴 돈은 모두 합쳐 4조4천억 원으로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를 사는 데 쓴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 회장이 자동차기업을 인수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기아차를 사들인 것이 전부다. 

◆ 뒤늦은 시장 대응

정몽구 회장 시절 현대차그룹이 800만 대 자동차 판매에 취해 자동차시장의 변화에 늦게 대처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2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가운데 절반은 세단, 나머지 절반은 픽업트럭과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 경트럭(LT)이었다.

하지만 점차 소비자들이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경트럭 차종의 판매 비중은 2018년 3분기 말 기준 65% 안팎까지 올라왔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미국 고객의 성향을 고려해 SUV 신차 출시를 확대했을뿐 아니라 기존에 주력하던 세단의 생산공정을 멈추고 해당 인력들을 SUV 공정에 투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런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고 세단을 오히려 강화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2012년에 미국에서 판 SUV 차종은 싼타페와 투싼, 베라크루즈 등 3종이었는데 2017년에는 싼타페와 투싼 등 2종으로 오히려 줄었다.

현대차는 시장 변화에 뒤늦게 대응하느라 2018년이 돼서야 코나를 긴급하게 투입했지만 소비자 선택지를 다양화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량 조작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디젤차량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해외 완성차기업들은 2010년 초반부터 디젤차 생산 비중을 확 늘리며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였지만 현대차그룹은 2013년이 돼서야 부랴부랴 디젤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디젤차량의 배출가스량 조작으로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고 환경 규제가 강화돼 디젤차의 영업 환경이 나빠지자 슬그머니 디젤차량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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