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증권가에선 '바닥 다지기'로 보고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러브콜 강도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반등에 접어들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세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실적부진에도 증권가 줄줄이 목표주가 상향, 외국인도 순매수세

▲ 2분기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삼성전자의 증권가 목표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전망에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0.57%(400원) 하락한 6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6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22.28%, 95.74%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이 증권가 전망치를 두 세배 넘게 웃돌았음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라는 실망감을 덜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대비 2.37%(1700원) 내린 6만9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5월26일 약 13개월 만에 7만 원대를 회복한 삼성전자의 ‘7만 전자’ 시대는 이로써 약 한 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도 반등하지 못해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실적발표 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2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16.67% 높여 잡았다. 신한투자증권도 8만2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4.88% 상향조정했다.

이 밖에도 KB증권(9만5000원), 하이투자증권(9만5000원), 키움증권(9만 원), IBK투자증권(9만 원), SK증권(9만 원), 유안타증권(9만 원)이 목표주가를 '9만 전자'로 유지했다.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은 9만 원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29.50%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투자의견도 모두 ‘매수’를 유지했다.

증권가에선 재고감산 효과 본격화,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고성능 제품 수요증가로 메모리반도체의 업황이 3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할 것이며 현재 삼성전자 주가 약세는 오히려 매수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조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하며 흑자전환할 것이다”며 “메모리반도체 가격 반등 기대감 등이 올해 하반기 주가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판단하며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감산 의지와 재고 방향성을 볼때 삼성전자 주가의 조정 구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DDR5, HBM 등 고성능 제품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어 중장기 방향성을 감안한 인내심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도 “3분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재고감산 효과 본격화, 현물가 및 고정가 반등 사이클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은 투자 매력도를 높일 것이다”며 “지속적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삼성전자 실적부진에도 증권가 줄줄이 목표주가 상향, 외국인도 순매수세

▲ DDR5, HBM 등 고성능 D램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AI산업 확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LPDDR5 uMCP 칩. <삼성전자>


외국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매수 우위도 업황 반등 전망과 함께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여겨진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2분기 어닝시즌에 접어든 7월들어 6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2281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비중을 높인 뒤엔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 사이클에 접어드는 패턴을 여러차례 보였다.

외국인은 올해 국내증시에서 12조3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런데 반도체 업종을 14조 원어치 순매수했으며 나머지 업종은 1조7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순매수는 12조4000억 원으로 SK하이닉스(1조6000억 원)를 넉넉히 뛰어넘었다. 사실상 올해 국내증시 외국인 순매수세는 삼성전자가 홀로 이끌었다.

2014~15년과 2019년에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쏠림 현상을 보였다. 2014~15년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앞선 유럽 재정 위기로 약세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쏠림 현상이 끝난 2016년부터 삼성전자 주가는 2018년도까지 크게 오르는 반등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2019년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 년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쏠림 현상이 끝난 2020년부터 주가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외국인들은 업황 반등에 접어들기 직전 주가가 약세일 때 삼성전자 주식를 쓸어담는 쏠림 현상을 보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당분간 소폭 하락하다 9월부터 10월까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현재 주가 조정시에 매수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연말에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지 않고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지 않으면 주가가 다시 내릴 가능성은 있다”고 보았다.

한편 27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긍정적인 전망들이 새로 제시되면 본격적으로 반등 사이클이 시작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