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칠성음료가 올해 4조 원 이상의 매출이라는 성적표에도 웃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윤기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 외형성장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난 뒤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롯데칠성음료 '새로 효과' 다 했나, 박윤기 수익성 개선 새 카드 절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새로운 카드를 준비해야 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서는 박 대표가 매출보다 영업이익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369억 원, 영업이익 424억 원을 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28.5%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28.5% 줄어들었다.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도와 비교해 매출은 37.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7.3% 감소했다. 2분기 연속으로 매출은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이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원료 가격 상승, 고물가 등에 따른 외식사업 위축 등이 영향을 미쳤다.

마케팅 비용도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크러시’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처음처럼 모델로 배우 김지원씨와 구교환씨를 발탁했다. 특히 김지원씨는 최근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으로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배우인 만큼 광고모델비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크러시도 가수 카리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매년 매출의 10% 전후로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고 있다”며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올해도 비슷한 비율을 유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매출과 연동해서 비용을 책정하는 만큼 마케팅 비용도 함께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마케팅 효과에 대해 회의적 시선이 나온다.

롯데칠성음료는 1분기 맥주사업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 1분기 맥주 매출은 23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5.7% 증가했다.

다만 충성도가 높은 국내 주류시장 특성상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오비맥주·하이트진로와 비교해 존재감이 미미한 것은 사실이다.

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의 국내 소매점 맥주 점유율은 4.56%에 불과하다. 오비맥주가 46.8%, 하이트진로가 28.5%를 기록했다.

실제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선보인 맥주 ‘켈리’는 출시 세 달 만에 국내 소매점 매출 3위에 올랐으며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3억6천만 병을 돌파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출시한 맥주 ‘크러시’가 아직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크러시 출시 당시 유흥시장을 공략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가정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새로 효과' 다 했나, 박윤기 수익성 개선 새 카드 절실

▲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크러시와 소주 새로의 1분기 매출이 증가했으나 일각에서는 다소 불안한 시선이 나온다.


롯데칠성음료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가정시장 공략을 앞당겼다고 설명했으나 유흥시장 입점이 수월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유흥 채널 맥주 시장 점유율만 80%에 달하기 때문에 롯데칠성음료가 이를 파고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소주 사업에도 불안한 시선이 나온다.

롯데칠성음료의 1분기 소주 매출은 905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6.6%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이 26.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이 정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제로슈거 소주 ‘새로’가 출시된 이후 롯데칠성음료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2021년 15.3%에서 지난해 20.7%로 증가했다.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다만 제로슈거 제품을 내건 경쟁이 치열해지며 새로의 시장 점유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2019년 무학이 ‘과당제로 좋은데이’를 출시하며 제로슈거 소주를 처음 선보였으나 시장을 키운 것은 롯데칠성음료다. 2022년 출시한 새로가 많은 관심을 받으며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이후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1월 진로를 제로슈거 소주로 리뉴얼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소주뿐 아니라 다양한 주류에서 제로슈거 제품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며 “제로슈거 시장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해외 음료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재 밀키스 등의 음료는 해외 50여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북미, 러시아, 유럽 등을 중심으로 채널 확장 전략을 펼쳐 해외사업 비중을 30%대 후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제로 칼로리 제품과 같은 건강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음료수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으나 지난해보다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원재료비와 환율 안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성수기 진입에 따라 크러시 및 새로 기여도 확대가 이뤄진다면 추가적 실적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충주공장의 맥주 생산라인 일부를 음료로 전환해 2분기부터는 비용 효율화 작업에 따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주류부문은 신제품 판촉 활동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가 있으나 판매량 증가와 생산 효율화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속적으로 외형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자체 최대 매출인 3조2247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4조 원을 넘길 것으로 자체 전망하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