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내년 영업실적 공백 가능성, 권혁웅 선별 수주가 되레 발목 잡나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선별 수주 전략을 채택해왔지만 수주 부진이 장기화한다면 이 같은 전략이 되레 악수가 될 수도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오션이 2024년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향후 실적을 뒷받침할 수주 물량이 적어 2025년부터 실적 악화를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선별 수주 전략을 채택해왔는데 경쟁사들과 비교해 수주 부진이 장기화한다면 이와 같은 전략이 되레 악수가 될 수도 있다. 
 
6일 증권업계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한화오션은 1분기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올해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29억 원으로 당초 증권사들이 추정한 추정치 평균(컨센서스) 144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선박가격과 부가가치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매출 비중이 51.4%까지 늘어나며 수익성이 개선된 데다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효과(350억 원)도 실적 개선에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매출 비중은 올해 6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고가 선종의 연속 건조가 진행됨에 따라 올해는 실적 개선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영업손실 1965억 원을 내며 대형 조선3사 가운데 홀로 적자를 봤지만 올해부터는 흑자 대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빈약한 수주 잔고는 당장 내년부터 실적 후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오션 내년 영업실적 공백 가능성, 권혁웅 선별 수주가 되레 발목 잡나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


조선업은 수주산업 특성상 수주에서 매출까지 간격이 2년 안팎으로 긴 편이다. 이 때문에 수주 성과가 좋은 시점에도 영업실적은 부진할 수 있고 반대로 당장에 수주 성과가 나쁘더라도 영업실적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최근 수주 성적은 그다지 좋다고 볼 수는 없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수주한 계약들을 합산하면 규모가 35억2천만 달러 수준이다. 이마저도 특수선을 제외한 상선 분야 수주만 합산하면 19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와 비교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57억8500만 달러의 수주 성적을 올렸다. 특수선과 해양플랜트, 엔진기계를 뺀 상선 수주 성적만 더해도 212억1100만 달러 수준으로 한화오션을 크게 앞선다. 

물론 올해는 한화오션이 4월 말 기준으로 33억 달러의 수주 물량을 쌓으며 지난해 한 해 동안 수주한 것과 맞먹는 수주 성적을 올렸다. 다만 여기에는 경쟁사들이 지난해 이미 수주했던 카타르 2차 발주 물량 약 24억 달러가 반영돼 있다. 

또 경쟁사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수주한 누적 물량이 90억 달러를 넘는 만큼 여전히 수주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이를 선별 수주 전략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당장에 양적으로 수주 물량을 늘리기 보다는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선종 위주로 선별해 일감을 쌓으며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경쟁사와 비교해 선박 건조 공간(슬롯)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선사들의 발주량이 확대되면 수주물량을 빠른 속도로 확대할 여지도 있다. 

한화오션은 선사들이 유조선(탱커) 발주를 시작했고 중국 조선소의 건조 공간이 거의 소진됨에 따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를 비롯한 유조선 수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오션 내년 영업실적 공백 가능성, 권혁웅 선별 수주가 되레 발목 잡나

▲ 한화오션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한화오션>


다만 이 같은 전략이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조선시장은 선박 가격, 환경규제, 거시경제, 금융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선박 발주량은 2021년을 정점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발주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늘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예상보다 더디게 선박이 발주되면 한화오션의 수주 부진은 장기화할 수도 있는 셈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수주 물량을 대폭 늘리더라도 단기적으로 영업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당장 내년 실적을 뒷받침할 수주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한화오션의 수주 선박 인도물량이 올해 39척, 2025년 30척, 2026년 25척으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수주를 채우더라도 물리적으로 2025년 납기는 선종을 막론하고 불가능하며 2026년 납기도 일부 단순 선종을 제외하면 어렵다”며 “향후 수주를 희망적으로 가정해 실적을 추정하더라도 2025년 매출은 올해보다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