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서비스 주도권을 위해 오픈AI,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이 한 해 수십 조 원을 투자하는 등 세계 AI 시장이 '머니 게임' 양상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에서 토종 AI 서비스로 그나마 가장 앞서고 있다는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들의 막대한 자금력을 뚫고, 이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인공지능은 ‘머니게임’, 수십조 쏟아붓는 빅테크 vs 1조 투입도 버거운 네이버

▲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2023년 8월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네이버 단23 영상>


26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3년 연구개발비로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1조9926억 원을 집행했다.

이 중 상당부분이 AI, 특히 생성형 AI 구현을 위한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기준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이지만, 지난해부터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X투자에 비해선 초라할 정도다. 

오픈AI는 2023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0억 달러(13조 원)을 투자받은 뒤, AI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023년 3월 출시된 오픈AI의 최신 인공지능 GPT4는 그 훈련에만 4200억 원(비즈니스인사이더 추산)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 2024년 여름 출시 예정인 GPT5는 GPT4보다 최소 125배 성능(매개변수 기준)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데, GPT5 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최소 25억 달러(3조2천억 원, 업계 추산)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GPT5 성능 향상과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일반지능(AGI)' 구현을 위해 향후 수십 조 원을 추가 집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회사 샘 올트먼 CEO는 최근 AI 반도체 분야에 최대 7조 달러(약 9300조 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며,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들 역시 계속해서 한 해 수 조 원을  집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은 ‘머니게임’, 수십조 쏟아붓는 빅테크 vs 1조 투입도 버거운 네이버

▲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3월17일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K스타트업 초청강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픈AI>


영국 컨설팅 기업 ‘써드 브릿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구글의 최근 10년 동안 AI 누적 투자액은 최대 2천억 달러(약 26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구글은 2023년 11월 인공지능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2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메타 역시 2022년부터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AI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메타는 2023년에만 23억 달러(약 3조 원)을 AI 연구에 투자한 것으로 추산됐다.

아마존 역시 지난해 9월 미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40억 달러(5조4천억 원)을 투자하면서, AI 투자 경쟁에 불을 지폈다.

네이버는 지난해까지 5년간 약 1조 원을 투자해 작년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 출시했다. 한국어에 특화된 AI로, 법률과 교육 등 한국 특화 지식에 밝지만 종합적 성능 평가에서는 같은 해 출시된 오픈AI의 GPT4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격차는 GPT5 등 올해 등장할 빅테크들의 차세대 AI부턴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IT기업 한 관계자는 "AI 개발경쟁이 머니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며 "네이버도 잘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투자 액수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머니게임’, 수십조 쏟아붓는 빅테크 vs 1조 투입도 버거운 네이버

▲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이 2023년 10월10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회사는 매출의 20%를 연구개발에 투입해 선행기술을 적극 확보하고 있다"며 "AI 연구 분야로 좁혀보면 글로벌 빅테크들보다 앞선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국내 AI 연합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제2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 가속기인 ‘마하1’의 안정성 시험을 올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LLM을 굉장히 초기부터 고민해왔기 때문에 효율화에 대한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네이버는 정부에도 국가 차원의 AI 투자를 지속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은 2023년 10월10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세액공제 수준을 넘은 굉장히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될 수 있기에 국가 전체 인공지능 전략을 수립해 민간기업이 경쟁력 있는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앞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