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추진했던 음식한류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던 CJ푸드빌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성필 대표이사 주도 아래 매각과 구조조정을 추진해 급변하는 시장에서 큰 위기를 넘기며 일단 숨을 돌리긴 했지만 CJ그룹 차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동력은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경 음식한류의 선봉 CJ푸드빌, 임무 내려놓고 생존 고민하는 처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그동안 맡아온 음식한류 선봉장 역할은 CJ제일제당이, 외식사업은 CJ프레시웨이가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J푸드빌은 8월 음식한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비비고 상표권을 CJ제일제당에 양도하며 그룹 내 임무를 하나 내려놨다.

반면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로 코로나19에도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차이니즈 덤플링이나 재패니즈 교자가 아닌 코리안 만두를 미국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경 부회장이 CJ푸드빌을 통해 이루려 했던 구상이 다른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2014년 2월 미국의 경제지 블룸버그마켓츠와 인터뷰에서 “세계 모든 사람이 일주일에 1번은 한국 음식을 먹고 때때로 한국음악을 들으며 1년에 2번씩 한국영화를 보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이 뚜레쥬르를 매각한 뒤 향후 진로를 놓고 몇몇 시나리오가 나온다.

CJ푸드빌은 현재 예비입찰자들과 뚜레쥬르의 적정가격 등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커리 전문점 뚜레쥬르는 현재 CJ푸드빌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매각이 이뤄지면 CJ푸드빌 연매출은 4천억 원대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CJ푸드빌 전체를 매각하는 데도 부담이 덜어지게 된다. 하지만 외식산업이 불황인 상황에서 과연 매수자가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또 다른 전망은 바로 식자재 계열사 CJ프레시웨이와 CJ푸드빌의 합병 가능성이다.

CJ푸드빌이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레스토랑간편식(RMR)이나 배달전문매장 사업 등이 아직 초기단계라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CJ프레시웨이 역시 가정간편식(HMR)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만큼 연관성이 큰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CJ푸드빌은 국내 인지도가 높은 빕스,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등의 브랜드와 제품 레시피를 들고 있고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공급기업으로서 CJ제일제당을 포함한 식품 제조기업에 가정간편식 원료를 공급해온 노하우를 갖췄다.

동종업계에 있는 신세계푸드, 롯데GRS와 같이 이미 외식과 식자재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도 두 기업의 합병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CJ푸드빌은 2010년부터 이미경 부회장이 주도한 음식한류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이 부회장은 2010년 CJ그룹의 해외진출을 진두지휘하며 CJ푸드빌에는 음식한류를 세계에 전파하라는 임무를 주고 오리온그룹 출신의 브랜드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비비고 브랜드 론칭에도 관여했다.

해외진출에는 외식시장 정체로 성장이 둔화된 CJ푸드빌에 신성장동력을 제공한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음식한류를 전파하는 대의는 이뤘으나 해외진출 자체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J푸드빌은 현재 일본과 중국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미국과 동남아 지역에서만 일부 매장을 유지하고 있다.

CJ푸드빌은 해외사업을 통해 줄곧 적자를 내왔고 같은 기간 국내 외식시장 업황도 좋지 않아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2018년 들어서는 부채비율이 6500%를 넘고 순손실이 1280억 원에 이르는 등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됐다.

결국 CJ헬로비전과 CJCGV 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의 정성필 대표가 칼자루를 쥐고 당시 알짜사업으로 평가받던 투썸플레이스를 분리매각하면서 숨을 돌렸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도 같이 잃어버렸다는 시선이 나온다. CJ푸드빌 매출은 2017년 1조4천억 원을 넘어섰으나 2019년 8천억 원대로 떨어졌다. 향후 뚜레쥬르 매각 이후에는 매출규모가 4천억 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