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글로벌 조선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가 바이든 당선인의 다자협력적 무역정책에 따른 선박 발주 활성화 측면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3사 바이든시대 당장 수주는 불안, 친환경은 수주 유리한 조건

▲ (왼쪽부터)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다만 조선3사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이나 원유운반선 등 주력 건조선박과 관련해 눈앞의 수주 기대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기조에 힘입어 국제 무역환경의 안정성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무역정책 기조와 달리 바이든 당선자는 미국이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다자간 무역협력체에 다시 복귀해 규범을 준수하고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의 정책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정혁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바이든 당선으로) 국제 무역질서의 돌발변수가 발생할 불확실성은 줄어든다”며 “국제무역이 전반적으로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국제무역 활성화로 물동량이 늘어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3사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코로나19의 확산 탓에 더 가중된 측면도 있으나 조선3사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선박 발주량 감소세에 수년째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2013년 616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3년 동안 4천만 CGT 안팎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임기를 시작한 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자 2017년 2813만 CGT, 2018년 2860만 CGT, 2019년 2529만 CGT로 집계되는 등 기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중국과의 무역에서 관세장벽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글로벌 물동량 회복의 관점에서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강구상 대외경제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 대상의 통상정책에서 보호무역주의적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보다는 동맹국을 활용한 다자적 공조체제를 통한 외교적 압박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바이든 당선인의 무역정책기조는 글로벌 해운시장을 활성화해 선박 발주를 위한 환경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조선3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조선3사가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정책기조가 눈앞의 수주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에서 원유나 가스 등 고전적 에너지원의 생산을 위한 투자를 줄이고 에너지 부족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가스운반선이나 원유운반선은 조선3사의 주력 먹거리다. 바이든 당선자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미국에서 이 선박들의 수주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 미국의 가스전 개발계획에 따라 조선3사가 LNG운반선을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는데 이런 전망이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이 미국 내에서 진행하는 골든패스(Golden Pass) 프로젝트는 카타르페트롤리엄과 관계가 좋은 현대중공업 등 조선3사가 LNG운반선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져 왔다.

미국 셰니에르에너지파트너스(Cheniere Energy Partners)가 추진하는 사빈패스(Sabin Pass) 프로젝트도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이 2013년부터 프로젝트에 15억 달러(1조7천억 원가량)를 투자한 만큼 조선3사의 선박 수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으로 당장 중단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자원개발계획의 발족을 향한 투자심리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기조가 반드시 수주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화학과 에너지산업에 우호적 정책을 펴 관련 선박의 발주를 촉진해온 만큼 그의 재임 실패가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정책기조가 장기적으로는 국제해사기구(IMO) 등 글로벌 해운기관의 환경규제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조선3사에 유리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조선3사 바이든시대 당장 수주는 불안, 친환경은 수주 유리한 조건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의 선박연료유 황산화물 함량규제 이후로도 2023년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XI) 규제를 시작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조선3사는 이처럼 강력해지는 환경규제에 발맞춰 미래연료추진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암모니아추진선은 조선3사가 이미 글로벌 선급협회로부터 수주영업의 승인요건인 기본인증(AIP)까지 받았다.

이에 앞서 10월 대우조선해양은 암모니아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개발을 마치고 영국 선급협회 로이드레지스터(Lloyd-Register)의 기본인증을 받았다.

삼성중공업도 9월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추진 아프라막스급(운임 효율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8만~12만 DWT 크기)의 액체화물운반선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한국조선해양은 7월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암모니아추진 MR탱커(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의 개발을 마치고 로이드선급의 기본인증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