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다시 확산되는 영향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2020년 수주목표를 낮춰 잡았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눈높이를 낮출 것인지 조선업계 시선이 몰린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코로나19 재확산에 수주 뒷심 장담 못해

▲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왼쪽),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의 대량 발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조선3사의 연말 수주특수의 기대는 남아있지만 발주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카타르와 모잠비크의 가스전 개발계획에 따른 LNG운반선의 대량 발주, 러시아의 쇄빙 LNG운반선 발주, 컨테이너선사들의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계획 등이 현재 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안에 이들 가운데 일부가 발주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불확실성에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역대 최악의 불황이라고 일컬어지는 2016년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시선마저 나온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선박 발주량은 975만 CGT(순수 화물적재톤수)로 집계됐다. 2016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인 1336만 CGT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조선업계가 수주절벽을 만났다던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2860만, 2529만 CGT의 선박이 발주됐었다. 이대로라면 한국 조선3사가 올해 수주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선사의 수주목표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현재의 수주잔고가 1~2년 뒤의 야드 운용계획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수주목표 달성률은 조선사의 미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지표다.

이 때문에 조선사 대표들은 빈 야드 슬롯과 야드 가동률, 고정비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 수주목표를 설정하며 한 번 정한 수주목표를 낮추는 데 부담을 느낀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수주목표 수정 가능성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두 조선사가 마주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의 쇄빙LNG운반선을 10월에 6척 수주하면서 수주목표 72억 달러의 46%를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3사 가운데 달성률은 가장 높지만 2020년이 2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우열을 이야기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러시아 쇄빙LNG운반선은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수주건들 가운데 최대 규모의 일감이다.

이 일감을 이미 수주한 만큼 앞으로 노릴 만한 수주건은 1~2척 단위로 발주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나 컨테이너선 발주건들 정도이며 대형수주건은 사실상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10월 일본 해운사 이이노해운(Iino Kaiun)으로부터 LPG(액화석유가스)추진 초대형 LPG운반선을 확정물량 1척, 옵션물량 1척 건조하는 건조의향서를(LOI) 체결했다.

지난 8월에는 모나코 선사 스콜피오(Scorpio)에서 풍력터빈설치선(WTIV)을 확정물량 1척, 옵션물량 3척 건조하는 건조의향서도 맺었다.

이 계약들이 옵션물량까지 모두 수주로 전환된다고 해도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7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적으로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수주목표를 60% 이상 채우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뜻이다.

삼성중공업은 9월 기준으로 수주목표 84억 달러의 12%만을 채웠으나 연말 수주특수와 관련한 기대는 가장 큰 조선사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의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인 북극(Arctic) LNG2 프로젝트에 기술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쓰일 쇄빙LNG운반선 10척~15척의 수주를 단독으로 협상하고 있다.

모잠비크 1구역(Area1) 프로젝트에 쓰일 LNG운반선 8척의 건조의향서를 지난해 이미 확보해 뒀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의 해양유전 개발계획인 봉가(Bonga)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수주전에서도 가장 유력한 수주후보로 꼽힌다.

나이지리아는 ‘로컬 콘텐트법’을 통해 자원개발계획에 쓰일 설비의 일부 제작 과정을 현지에서 현지 인력으로 수행하도록 강제하는데 삼성중공업은 현지에 합자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이 일감들이 모두 올해 안에 발주된다고 확신할 수도 없지만 모두 수주하더라도 삼성중공업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목표와 거리가 있다.

장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건조의향서 확보물량이나 단독 협상 중인 수주건들을 100% 수주한다고 가정해도 목표치의 73.8%를 달성하는데 그친다”며 “신규 수주와 관련한 기대감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관계자 모두 “연말까지 남아있는 수주건들에 집중해 최대한의 수주실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코로나19 재확산에 수주 뒷심 장담 못해

▲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다만 두 조선사가 최대한의 수주실적을 내기 위해서 한국조선해양처럼 현실적 목표를 설정한 뒤 영업전략을 다시 세운다는 선택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이에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10월30일 공시를 통해 조선부문 수주목표를 기존 157억 달러에서 102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연말 뒷심을 보여줬다.

2019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주목표 달성률이 20.1%에 그쳤으나 하반기에 잇따른 수주로 달성률을 80.5%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12월 셋째 주(15~21일)에만 18척, 22억 달러치 선박을 수주하면서 조선업계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9월 기준으로 수주목표의 29%만을 채우고 있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으로 번지고 있다”며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선업황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이에 맞춘 영업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목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