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들이 핵심감사제, 표준감사시간제 등의 도입으로 책임이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변화하는 제도를 소화하는 데 전문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회계법인, 핵심감사제 도입으로 회계사 인력난에 빠질 수도

▲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20일 정례회의에서 핵심감사제 도입을 위한 회계감사기준 개정안을 승인하면서 11월부터 논의돼온 회계개혁 우선과제들도 잇따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감사제는 외부감사인이 상장기업의 재무제표나 경영 전반의 핵심 유의사항을 감사한 내용을 감사보고서 내부의 별도 공간에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회계법인들은 2018년 감사보고서부터 자산이 2조 원 이상인 상장사들의 경우 피감사회사에 있는 핵심 유의사항을 구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기업의 유동성이 부족하다거나 노조가 파업을 오랫동안 이어가고 있다거나 혹은 중요한 특허가 만료된다는 등 피감사회사가 사업을 하는 데 리스크가 될 만한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회계법인들의 책임이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인이 상장기업의 존속이 어려운 징후를 찾으면 회사의 소명을 듣고 계속기업으로서 불확실성이 없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관련 내용을 기업이 제대로 공개했는지 평가해야 한다. 

기존에는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불확실성이 있을 때에만 이를 강조하는 의견을 감사보고서에 첨부하면 됐다. 

혹시 모를 일까지 모두 공개하지 않으면 나중에 피감사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감사인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빠트리지 않고 감지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의 ‘회계개혁 태크스포스(TF)’가 논의하고 있는 다른 ‘회계개혁 우선과제’들도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회계업계서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표준감사시간제가 내년 11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외감법과 함께 도입되면 회계법인들은 각 피감사회사마다 일정한 시간을 들여서 감사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최소 시간으로 최대 효율을 뽑아내 감사를 진행한 것이 감사품질을 떨어뜨렸다고 지적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또 피감사회사들의 내부회계관리 시스템을 평가하는 업무에도 변화가 생긴다. 

지금까지는 피감사회사들이 내부회계관리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지를 놓고 감사인들은 ‘검토’ 의견을 주면 됐는데 이제 이보다 더 엄격한 ‘감사’ 의견을 줘야 한다. 예전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시스템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회계법인들끼리 인력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과제들은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마련되는 것인 만큼 사실상 1~2년차 회계사들보다는 3~5년차가 넘어서는 베테랑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력난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회계사들은 높은 업무강도에 비해 낮은 보수 등을 이유로 2년을 넘기면 회계법인을 떠나 일반 회사로 이직하는 일이 매우 잦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표준감사시간제가 도입되면 지금 감사시간보다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며 “금융위가 쏟아내는 개선안들이 감사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여하면서도 권한은 크지 않기 때문에 높은 보수를 주지 않는 이상 인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