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국 신임 GS칼텍스 사장이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GS칼텍스는 화학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서비스와 신재생에너지에도 투자하고 있는데 김형국 사장이 허진수 회장의 기대를 받아 신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허진수 기대받은 '50대 리더' 김형국, GS칼텍스 신사업 선봉에 서다

▲ 김형국 신임 GS칼텍스 사장.


29일 업계에 따르면 김형국 사장이 GS칼텍스에서 이사회를 거친 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GS그룹은 2018년도 사장 등 임원인사 원칙으로 “신성장동력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50대 리더를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형국 사장도 이런 인사기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 사장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형국 사장은 1962년 11월 서울에서 태어나 올해 만 55세다. 

김 사장은 1987년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에 입사해 약 30년 동안 GS그룹에서 일했다. 이 가운데 20년 동안 주로 경영기획과 신사업업무를 총괄했고 2010년에는 GS칼텍스의 경영기획실장을 맡아 신규사업 발굴작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GS칼텍스 부사장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김형국 사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었다. 이번에 GS스포츠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승진한 엄태진 사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사장들은 모두 김형국 사장과 재직기간이나 나이가 비슷하다. 

그런데도 김형국 사장이 GS칼텍스 사장에 오른 점을  놓고 GS칼텍스가 그만큼 신사업 발굴에 의지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GS칼텍스는 2013년 초 5조 원을 들여서 건설한 5만3천 배럴 규모의 여수 제3중질유 분해시설을 가동하면서 고도화비율을 업계 최고 수준인 34.7%로 끌어올린 뒤 약 5년 가까이 이렇다 할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GS칼텍스는 고도화설비를 건설함으로써 정유사로서 체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유사업에만 의지하면 GS칼텍스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GS칼텍스 등 정유사는 일반적으로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수송용석유제품을 팔아 매출의 40% 정도를 내는데 향후 전기차시대가 열리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국 사장이 GS칼텍스의 신사업 발굴을 지휘하며 체질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현재 대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정유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석유화학에 좀더 무게를 실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프타분해시설은 원유를 정제해 얻은 나프타로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를 만드는 시설이다. GS칼텍스가 나프타분해시설을 짓게 되면 LG화학,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을 화학회사를 경쟁사로 두게 된다. 
 
허진수 기대받은 '50대 리더' 김형국, GS칼텍스 신사업 선봉에 서다

▲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GS칼텍스 관계자는 나프타분해시설 건설과 관련해 “원유구매부터 정제, 판매까지 사업구조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시설투자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화학회사의 사업부를 인수하고 유럽에 전기차배터리공장을 세우며 사업의 무게중심을 정유에서 화학, 전기차배터리로 옮겨두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롯데케미칼, OCI 등과 합작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화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GS칼텍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GS칼텍스는 자동차서비스사업과 친환경연료 바이오부탄올사업도 미래먹거리로 점찍어두고 있지만 이 사업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GS칼텍스는 2016년 12월 자동차 외장수리 견적비교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닥에 투자했다. GS칼텍스는 2500여 개의 주유소를 보유한 데다 자회사 GS엠비즈를 통해 오토오아시스라는 경정비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어 향후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친환경연료인 바이오부탄올도 개발해 올해 안에 시험생산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지만 상업생산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성은 검증됐지만 사업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바이오부탄올은 폐농작물과 폐목재로 만드는 신재생에너지인데 휘발유와 섞어서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허진수 회장은 올해 5월 GS칼텍스 창립50주년 행사에서 “유가와 환율 등 외부환경 변화에 실적이 좌우되는 것을 줄이려면 사업구조를 다각화해야 하는 것은 숙명”이라며 “기존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쓰자”고 말했다.

김형국 사장이 허진수 회장의 의지를 신사업에서 실행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