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추진하는 주가 부양책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가운데 앞서 올랐던 저주가순자산배율(PBR)주 주가가 다시 내리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구체적 세제 혜택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실망매물이 주가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알맹이 빠진 밸류업 지원방안, '희망고문' 저PBR주 변동성 확대

▲ 2일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 앞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2일 코스피시장에서 KB금융(-4.37%), 신한지주(-1.82%), 삼성생명(-3.09%), 하나금융지주(-2.90%), 삼성화재(-2.90%), 기업은행(-2.61%) 등 금융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을 앞두고 약세로 장을 시작했던 금융주들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나란히 하락폭을 키웠다. 

정부는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을 위한 2차 공동세미나'를 열고 밸류업 게획의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금융당국은 '자율성'에 방점을 찍고 상장기업들이 스스로 장기적 계획을 세워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기업이 핵심지표를 선정해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사업부문별 투자,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등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연 1회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구체적 유인책은 담기지 않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공시 의무를 성실히 한 기업에 대해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구체적 세제혜택의 공개여부를 주시했다. 

19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주환원 노력이 증가한 기업에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배당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은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고 말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세제혜택 관련 내용은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세제혜택에 대해서는 구체적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할 계획을 세웠다.

앞서 2월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서도 구체적 지원책이 발표되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후 저PBR주에 대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관련주 주가가 하락했다.
  
또다시 알맹이 빠진 밸류업 지원방안, '희망고문' 저PBR주 변동성 확대

▲ 밸류업 관련주들은 정책 모멘텀과 함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관련주들은 밸류업 정책과 함께 움직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과 기대가 반복되면서 주가도 함께 따라 변동성을 키우는 모습이다.

밸류업 정책 추진계획에 연초 시장 주도주로 떠올랐던 저PBR 관련주는 배당락과 4·10 총선을 기점으로 기세가 한차례 꺾였다.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정책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 부총리의 인센티브 방향 언급 이후 밸류업 기대감 등에 주가가 재차 상승했던 저PBR주들은 이날 다시 하락폭을 키워 장을 마쳤다.

지난 2주 동안 밸류업 기대감, 1분기 호실적 등을 반영하며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만큼 당분간 변동성이 높은 구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다시 한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주가에 선반영됐다"며 "그만큼 2차 세미나에서 시장의 예상보다 더 구체적이고 더 강한 결과가 없다면 실망감 유입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책적 모멘텀이 남아있는 만큼 하락이 과할 경우 매수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계속 추진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 투자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의견 수렴을 거쳐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종 가이드라인을 5월 중 발표한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