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4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이 역대급 열기로 시선을 모을 전망이다.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센 가운데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등의 주주 제안이 봇물을 이루고, 경영권을 둘러싼 치열한 표 대결도 예상된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주주환원 확대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에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추가 지원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곳곳에서 전운이 감도는 ‘벚꽃 주총’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책임경영 논란, 실적 부진, 주주환원 등 엔씨소프트 주주들의 주요 관심사에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회사 경영진이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2일 엔씨소프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엔씨소프트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식 소각 등 새로운 주주환원 방침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3월 주총대전] "경영효율화가 진정한 주주환원", 김택진 엔씨소프트 주주 불만 정면 돌파하나

▲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이사와 박병무 공동대표이사 내정자.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내정자는 지난 21일 공동대표체제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주 취득이나 배당도 주주가치 제고의 한 축이지만, 단기적인 효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모두 636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키로 했는데, 추가 주주환원 방안보다는 실적 개선과 성장력 재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2021년 104만 원대에서 올해 3월 22일 현재 19만 원선까지 떨어져 주주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사는 실적 개선으로 주주들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그동안 완전히 배제해왔던 게임 배급사업에 올해 처음 진출키로 했다. 배급 사업으로 매출 덩치를 더 키우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또 올해부터 신작 개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 지식재산(IP)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게임사 대상 투자는 물론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주총대전] "경영효율화가 진정한 주주환원", 김택진 엔씨소프트 주주 불만 정면 돌파하나

▲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사진은 김택진 대표와 짐 라이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2023년 11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는 모습.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회사가 단기에 마련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약 1조 원이며, 부동산과 금융상품 등 기타 자산까지 포함하면 최대 2조 원 가량의 실탄을 가지고 있어 국내 기업 인수합병 자금이 부족하진 않은 상황이다.

회사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4조2천억 원 수준으로, 순자산 평가액인 4조 원을 제외하면 2천억 원 남짓이 회사의 영업가치로 평가된다. 회사는 영업가치 평가액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시스템을 효율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해마다 주주총회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른 가족경영, 책임경영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너 일가의 참여와 보상을 줄여가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올해 1월 김택진 창업자 겸 대표이사의 배우자인 윤송이 전 최고전략책임자와 김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최고배급책임자를 본사 경영에서 제외키로 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엔씨웨스트(북미와 유럽 담당 법인)와 엔씨재팬·엔씨타이완 경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월 주총대전] "경영효율화가 진정한 주주환원", 김택진 엔씨소프트 주주 불만 정면 돌파하나

윤송이 전 엔씨소프트 CSO, 김택헌 전 엔씨소프트 CPO 사진.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가 "해외법인 리더십 공고화와 보완, 신규 지사 설립" 등을 언급한 만큼 이들을 당장 배제하기보다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도 책임경영을 위한 적극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실적 부진 속 대표이사가 100억 원대 연봉을 받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문준기 베어링자산운용 매니저는 지난 2월 엔씨소프트 실적발표 간담회에서 “2023년 최악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김 대표는 120억 원대 연봉과 성과급을 가져가는 것으로 안다”며 “다른 상장사를 보면 (실적이 악화한 회사 대표가) 100억 원 이상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회사가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 대표는 연봉을 2022년 123억 원에서 지난해 72억 원으로 거의 절반 가량 삭감했다. 또 올해부터는 이사 보수 한도도 줄이기로 했다.

박 공동대표 내정자는 지난 간담회에서 △경영 효율화 △데이터 기반 시스템 구축 △글로벌 진출 △지식재산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앞으로의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높아진 인건비를 줄이는 게 급선무인데, 당장 인력 구조조정 등을 시행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는 "경영효율화는 단순히 재무수치만 보고 추진하지 않겠다"며 "기업의 경쟁력과 뿌리를 지키는 선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에 인공지능(AI) 도입 강화 등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통해 비용구조를 효율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또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해외 지사 설립 등 적극적인 해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