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1조 원대 '통큰' 배당을 재개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한국 상장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적극적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상장 공기업 대표격인 한전이 배당정책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개된 밸류업 정책에 역할 부담 커지는 한전, 1조 규모 배당 재개 기대감

▲ 한국전력공사가 1조 원대 배당을 재개할지 주목된다. 


26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방안에는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세제지원,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과 같은 시장의 투자 판단 지원, 전담 지원체계 구축 등 내용이 담겼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실망감이 큰 모습으로 보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647.08로 전날보다 0.77% 하락한 채로 장을 마쳤다.

정부 발표 직후 코스피가 오전 장부터 하락 흐름을 보이자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향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돌아서며 저PBR 업종 위주로 낙폭이 확대됐다”고 짚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놓고 “구체적 계획안이 없었다”며 “특히 시장이 기대했던 배당 분리과세 등 세재 내용이 없어 실망 매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성공을 놓고 정부의 부담감이 커질수록 공기업을 향해 적극적 역할이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부는 곧 공개될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서 상장 공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세부 평가기준 가운데 하나로 추가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현재 상장된 공기업은 한전을 비롯해 한전KPS, 한전기술,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 GKL 등 7곳이다.

상장 공기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한전이다. 한전은 조직 규모, 맡은 역할 등 기업 자체의 중요성은 물론 시가총액을 봐도 다른 공기업과 격차가 크다.

26일 종가 기준으로 한전의 시가총액은 15조9528억 원으로 나머지 상장 공기업 여섯 곳의 시가총액 합계인 12조622억 원을 웃돈다. 한전KPS, 한전기술 등은 한전 자회사이기도 하며 이들 두 곳 시총 합계도 4조4104억 원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한전이 적극 호응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날 증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0.77% 하락 마감한 가운데도 한전 주가는 5.52%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마침 한전이 올해부터는 연간기준으로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2024년 회계연도부터 배당재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전은 대규모 영업손실 발생에 따라 2021년 회계연도부터 2년 연속으로 주주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한전의 목표주가를 기존 3만2천 원에서 3만3천 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한전은 지난해 4분기에 별도기준 순이익이 3조6천억 원으로 흑자 전환해 정부 정책에 따라 배당 기대감도 부각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한전의 배당규모가 1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 1조 원 이상 주주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2023년도 기준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차, KB금융지주 등 네 곳에 불과할 정도로 손에 꼽는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2024년에 연결기준 순이익 6조1천억 원으로 이 가운데 별도기준 순이익은 3조8천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며 “예상하기는 이르지만 기획재정부의 가이드라인 배당성향 40%를 가정하면 2024년 회계연도에 배당 가능한 금액은 1조3천억 원”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은 삼성동 부지 매각 등에 따른 순이익 증가와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정부 정책에 힘입어 2015년 1조9901억 원, 2016년 1조2711억 원 등 2개 회계연도 연속으로 1조 원이 넘는 배당을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배당성향은 2015년 15%, 2016년 18%였다.

정부가 지난해 56조 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을 겪었다는 점, 정부가 보유한 한전 지분이 51%에 이르며 이전까지 한전 배당은 정부의 세수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점 등은 한전의 주주배당 재개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다만 한전이 이제 재정난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는 단계인 만큼 배당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전기요금 인상 등 추가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재정이 정상화하려면 최소 23조 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가 필요한데 2024년 예상 상각전영업이익은 21조 원”이라며 “이 수준에서 추가적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우며 밸류업 지원방안에 따른 주주환원 등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현실화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