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투운용 '기업 밸류업 도입' 영향 전망, “한국증시 주주환원으로 질적 변화올 것”

▲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 팀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주주환원 세미나-주주환원시대 한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주주환원시대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현상이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 팀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주주환원 세미나-주주환원시대 한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서 최근 한국 증시 주주환원 열풍이 단발성 테마로 끝날 흐름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가 질적 변환점의 초입에 와 있다고 바라봤다. 

김 팀장은 최근 시장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등 제도적 변화를 한 가지 요인으로 들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가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개선에 힘쓰도록 독려하는 제도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PBR 1배 미만)들을 대상으로 기업가치를 어떻게 높일지 공시하게 유도하는 방안 등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장부 가치와 비교해 몇 배로 거래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김 팀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하나로 한국 증시 명운이 갈리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속적이고 반복적 주주환원, 점점 상향하는 주주환원을 해줄 수 있는 저PBR 기업들에 관한 재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한국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벤치마킹한 일본 사례도 들었다.

김 팀장은 “일본은 10년 동안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배당금 확대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증시 지수가 나스닥만큼 올랐다”며 “최근 1년을 보면 외국인들이 일본 주식을 60조 원어치나 사들이면서 해외자금이 많이 유입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런 흐름의 다음 시장이 한국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그동안 주주환원이 더 안 됐기 때문에 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미나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김 팀장은 한국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처음 언급됐을 때 가장 먼저 일본계 펀드매니저들이 움직인 사례를 들었다.

이들은 일본의 증시부양책을 경험한 만큼 한국에서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상당 수 기업들이 재평가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PBR 자체가 아니라 지속적 주주환원 확대가 가능한 기업인지 여부다.

자산가치, 수익가치가 높은 기업들은 이런 제도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변화로 기업가치 증대가 공식화될 수 있다. 하지만 주주환원을 할 수 없는 저PBR 기업들의 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은 대기업은 25~30%, 중견·중속기업은 20% 수준을 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이 중장기적으로 영업이익의 3분의 1 수준까지는 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한국은 정부의 증시부양책에 더해 기업들의 세대교체 등에 따른 내부적 변화, 주주행동주의 강화 등 외부적 요인까지 움직이고 있다.

이 3가지 축이 연쇄적으로 반응하면서 한국 증시 저평가의 핵심인 낮은 주주환원율 문제가 해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김 팀장은 바라봤다.
 
[현장] 한투운용 '기업 밸류업 도입' 영향 전망, “한국증시 주주환원으로 질적 변화올 것”

▲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상무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주주환원 세미나-주주환원시대 한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 팀장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에서 상당히 인정받고 성과를 거두고 있는 데도 금융시장에서 한국 증시 평가는 바닥이다”며 “한국 증시는 그동안 비정상적 저평가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와 미래에셋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PBR은 0.99배 수준이다. 이는 미국 상장주 평균(4.6배), 일본 닛케이 255지수 평균(1.4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세계 증시 평균 PBR(2.80배)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한국보다 낮은 PBR을 보이는 나라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홍콩 정도다.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경쟁력지수(GCI)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지배구조부분에서 140개 국가 가운데 100위권 밖에 있다. 주주환원율은 분석대상 45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를 보였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금과 자사주매입 등 수치를 더해 산정한다.

한국의 경제력 수준이 세계 20위권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순위다.

김 팀장은 “세계 사례를 봤을 때 주주환원 움직임이 시작되고 나서는 그 흐름이 중간에 멈춘 적이 없다”며 한국 증시의 변화에 강한 확신을 보였다.

주주환원시대 저PBR 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형주만큼이나 중견·중소기업 우량주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중견, 중소기업은 이제 창업주 시대를 벗어나 2세 경영시대 등으로 접어들면서 내부 의사결정, 지배구조가 변화하는 시점을 맞이하고 있어 재평가 유인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팀장은 ‘가치주 전문가’로 불린다. 

김 팀장은 2009년 증권사에 입사해 2012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6년, 2019년, 2022년 주식형 공모펀드 내 여러 유형에서 수익률 1위를 달성했고 최근 ‘주주환원 시대 숨어있는 명품 우량주로 승부하라’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부의 증시부양책 외에도 민간에서도 주주가치 제고 행보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상무는 “지금 시장은 정부 정책에 주목하고 있지만 민간의 흐름도 상당히 크게 자리잡을 것이다”며 “미국에서 약 100년에 걸쳐 나타난 주주가치 제고 흐름이 나타났는데 한국은 앞으로 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런 변화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