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해외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에 리스크(위험)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각 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와 상생금융 압박에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연초부터 미국·유럽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위기도 대두되고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전망 올해도 ‘먹구름’, 4대 금융 리스크관리 부담 가중

▲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해외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에 리스크(위험)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5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 콘퍼런스콜 자료를 보면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금액이 각각 수조 원 규모에 이른다.

KB금융은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5조 원 규모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4조1천억 원 규모, 우리금융은 2조9천억 원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 추산이 끝나지 않았다. 다만 2023년 상반기(약 4조6천억 원)에서 큰 변동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4대 금융지주는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은행 계열사의 선순위 대출이 대부분이고 관련 충당금을 이미 보수적으로 충분히 적립해 부실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해외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을 보면 5조 원의 대부분이 은행 선순위 대출이고 연체율은 0.2% 수준이다.

최철수 KB금융 최고리스크관리자(CRO)는 콘퍼런스콜에서 "해외 부동산 대출 관련 시장 우려에 국내 PF(프로젝트파이낸싱) 이상으로 충당금을 쌓아뒀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다만 해외 부동산 투자가 미국 상업용 건물 등에 집중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은 원래 보수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해외 부동산 포트폴리오가 나쁘지는 않을 것이고 업권 특성상 선순위 대출이 대부분이다”면서도 “다만 국내 은행 기준으로 건물 가치의 60% 대출이 나간다고 보면 부동산 가격이 50% 이상 떨어지는 등 경우 위험이 현실화할 여지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위험이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인 셈이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전망 올해도 ‘먹구름’, 4대 금융 리스크관리 부담 가중

▲ 미국 뉴욕 오피스빌딩 모습. <연합뉴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미국 오피스 담보대출 연체율은 6.5%로 같은 해 3분기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주요 상업용 부동산에서도 한국 금융권 노출이 큰 오피스의 대출 연체율 상승 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미숙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대출 연체로 경매로 넘어가거나 경매 처분되지 못해 대출기관으로 넘어간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2024년에도 미국 오피스 담보대출 연체율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 올해 1월 미국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가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손실 우려로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으로 강등됐다. 다른 지역은행들로 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나온 나이스신용평가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도 19.6%로 역대 최고기록(19.3%)을 경신하는 등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손실 발생에 관한 대응여력 확보 등 차원에서 KB금융(2월 2700억 원), 신한금융(1월 4천억 원), 하나금융지주(2월 2700억 원) 등을 포함 금융지주회사 6곳이 신종자본증권을 발생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했다.

4대 금융지주는 올해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배상비용 부담도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의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는 34조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확정 손실액은 5천억 원을 넘어섰고 앞으로 7조 원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대 지주는 리스크 관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023년 충당금을 크게 늘렸다. KB금융 3조1464억 원, 신한금융 2조2512억 원, 하나금융 1조7148억 원, 우리금융 1조8810억 원 등 모두 8조9934억 원 규모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