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지주가 빠듯한 자본여력에도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 확대를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본비율이 낮은 데다 올해 실적 둔화가 예상되고 증권사 인수합병이라는 굵직한 과제도 안고 있다.
 
우리금융 빠듯해도 주주환원 확대, 임종룡 '믿을맨' CFO 이성욱 어깨 무겁다

▲ 우리금융지주의 주주환원 강화에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부사장(CFO)의 어깨가 무겁다.


그럼에도 주주환원 강화 측면에서 다른 금융그룹에 밀리지 않은 것인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믿을맨’으로 평가되는 이성욱 재무부문 부사장(CFO)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14일 국내 주요 금융지주 실적자료 발표를 보면 우리금융의 자본여력은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낮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9%로 2022년보다는 0.3%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초 목표로 제시했던 12%엔 못 미쳤다. 

KB금융(13.58%)과 하나금융(13.22%), 신한금융(13.1%)보다 1%포인트 이상 낮고 JB금융(12.17%)을 비롯한 지방 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보통주자본비율은 금융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손실을 얼마나 잘 흡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금융사의 자본여력을 가늠할 수 있다.

주요 금융지주는 통상 10.5%를 하한선으로 보며 13%를 기준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13%보다 낮은 빡빡한 자본여력에도 주주환원 강화 흐름에서는 뒤처지지 않았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33.7%로 2022년보다 7.5%포인트 확대됐다. KB금융(4.5%포인트), 신한금융(6%포인트), 하나금융(5.3%) 등 4대 금융 가운데 총주주환원율을 가장 많이 높였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KB금융(37.6%)과 신한금융(36%), 하나금융(32.7%) 등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만 우리금융이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20% 가량 후퇴한 순이익을 거뒀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4대 금융 가운데 순이익이 가장 많이 줄었다.
우리금융 빠듯해도 주주환원 확대, 임종룡 '믿을맨' CFO 이성욱 어깨 무겁다

▲ 2023년 말 금융지주 보통주 자본비율. <각 사 자료 갈무리>

증권가에서는 이 때문에 우리금융 주주환원 강화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자본비율 관리를 올해 주요과제로 지목하고 있다.

정광명 DS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보통주 자본비율은 목표를 크게 밑돌았다”며 “2024년 자본비율 관리가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경쟁사 대비 자본여력이 부족한 만큼 향후 진전된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은 보통주 자본비율이 11.9%로 다른 대형 은행주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며 “다른 은행주를 앞서는 강도의 주주환원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금융은 주주환원 외에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합병에 나서야 하는 만큼 안정적 건전성 관리가 더욱 절실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우리금융 살림을 책임지는 이성욱 부사장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일은행으로 입행했다. 우리은행 재무기획부 본부장과 우리금융지주 재무관리부 본부장, 우리금융지주 재무기획단 상무 등을 거친 재무전문가다.

2020년부터는 우리금융 CFO(최고재무책임자)에 올라 지금껏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의 우리금융지주가 2019년 1월 출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새 우리금융지주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온 셈이다.

이 부사장은 우리금융 내에서 임종룡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금융 빠듯해도 주주환원 확대, 임종룡 '믿을맨' CFO 이성욱 어깨 무겁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 회장은 지난해 초 부임하면서 지주 임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인 뒤 6명을 교체했는데 이 부사장만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임 회장의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4대 금융 CFO(최고재무책임자) 가운데 자리를 지킨 이는 이 부사장이 유일하다.

이 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자본비율을 염두에 두고 인수합병 등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 부사장은 “인수합병은 적정 자본 비율 내 건전경영 및 주주이익 극대화가 원칙이며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잠재 매물은 검토 가능한 대상”이라며 “언론에 회자되는 증권사는 온라인 펀드 판매 전문회사로 인수하더라도 우리금융 자본비율에 거의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현재 포스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포스증권을 인수하더라도 자본비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