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그룹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생겨난 자산관리시장 틈새를 노린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를 ‘자산관리 전문은행 도약 원년’으로 제시했다. 관건은 영업력 강화와 함께 소비자 신뢰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홍콩 ELS사태 틈새 노려, 임종룡 '자산관리 도약' 관건은 내부통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19일 서울 본사에서 열린 '2024년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ELS 사태를 비껴간 것을 발판 삼아 자산관리시장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19일 임 회장 주재로 열린 ‘2024년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자산관리시장 전문은행 도약을 올해 전략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자산관리사업은 일반적으로 고액자산가 등 개인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사업을 뜻한다. ELS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포함해 사실상 개인금융 상품 전반을 다룬다.

우리금융은 경영전략 워크숍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은행이 홍콩 H지수 ELS 손실 사태에서 비켜나 있지만 금융권 전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는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자산관리 전문은행’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도 우리은행이 H지수 기반 ELS 사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자산관리 분야에 힘을 쏟겠단 의지를 보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그는 17일 자산관리 특화점포인 서울 서초 TCE시그니처센터를 찾아 임직원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번 ELS사안을 두고 교훈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리스크관리에 성공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이 ELS사태에서 한 발 벗어난 데는 과거 사모펀드 사태 영향이 크다.

우리은행은 당시 사모펀드 사태를 거치며 영업 등 조직문화 차원에서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 역시 신뢰가 흔들린 우리은행에 많은 파생상품 판매 한도를 부여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H지수 기반 ELS 판매액수는 이에 따라 실제로 지난해 8월 말 기준 400억 원대에 그쳤다. KB국민은행(8조1972억 원)이나 신한은행(2조3701억), 하나은행(2조1782억) 등보다 월등히 낮다.

임 회장은 자산관리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력 회복만큼이나 그동안 강조한 내부통제 강화를 바탕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사업은 상품의 수익성만큼이나 금융사의 신뢰도도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홍콩 ELS사태 틈새 노려, 임종룡 '자산관리 도약' 관건은 내부통제

▲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 건물.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 뒤 내부통제 강화와 관련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7월 본사에서 간담회를 갖고 △내부통제 전담인력 1선 배치와 신사업 내부통제 절차 강화 △내부통제 업무 경력 필수화 △내부통제 연수 체계화 등 인력 확충 등을 뼈대로 하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홍콩빌딩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 손실이 확정되기 전에 소비자 보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보상은 손실이 확정되기 전, 조병규 행장이 취임하기 전에 결정됐다. 이 때문에 소비자 신뢰 회복을 강조해 온 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우리은행 내 크고 작은 내부통제 문제는 잊을만 하면 튀어나와 여전히 임 회장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우리은행 필리핀법인에서 20억 원 규모 자금이 유출됐다. 앞서 7월에는 우리은행 한 지점 직원이 가상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7만 달러(약 9163만 원)를 빼돌린 사건이 벌어졌다.

임 회장은 지속해서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신년사에서도 “내부통제 체계도 그룹 내 사각지대가 없도록 실효성 있게 업그레이드하고 윤리·준법의식 강화와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결국 우리금융 전반의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데 이는 임 회장의 초심이기도 하다.

임 회장은 지난해 2월 우리금융 회장에 내정된 뒤 입장문을 통해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새 기업문화를 정립하겠다”며 “우리금융그룹이 시장과 고객, 임직원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