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가 은행권 순이익 순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지수는 끝내 반등하지 못하며 이를 기초로 하는 ELS 손실도 절반 수준으로 점차 확정되고 있다. 투자자 아우성이 큰 가운데 금융당국의 현장검사 결과에 따라 은행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면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순이익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홍콩 H지수 ELS 반토막 현실화, KB·하나·신한은행 순이익 순위도 바뀔까

▲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은행권 순이익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1년 1월 H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 판매한 증권사들은 손실 확정치를 원금의 절반인 50% 수준으로 공지하고 있다. 

전날부터 미래에셋·NH투자·하나·KB·삼성·신한투자증권 등은 모두 48~50%대의 최종손실률을 알렸다.

은행권은 우려했던 손실 반토막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더욱 긴장하게 됐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불완전 판매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면 은행이 일부 손실액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서다.

특히나 ELS판매 규모가 큰 국민·신한·하나은행은 순이익 경쟁을 치열히 펼치고 있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을 따지면 국민(2조8554억 원)이 치고 나선 가운데 하나(2조7664억)와 신한(2조5991억) 순으로 나타났다. 2022년만 하더라도 셋의 순위는 하나·신한·KB 순이었다.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H지수 기반 ELS 판매액수는 국민은행(8조1972억 원) 신한은행(2조3701억), 하나은행(2조1782억) 순으로 국민은행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민은행이 2023년 리딩뱅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ELS 사태에 따라 2024년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압박도 국민은행을 향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국민은행을 상대로 현장점검을 진행했고 올해 1월8일에는 현장검사를 국민은행부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내내 은행업종 최선호주로 꼽힌 KB금융 주가가 최근 부진한 이유도 ELS 사태에서 찾고 있다. 투자자들이 ELS 사태와 관련한 향후 불확실성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마지막 분기(10월4일~12월28일) 한국거래소의 KRX은행지수는 9.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KB금융 주가는 오히려 1.10% 하락했다.

다만 시장 예상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ELS 투자자와 은행 사이 쟁점이 되는 부분은 불완전판매다. ELS는 투자상품인만큼 투자자가 기본적으로 손실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금융사가 ELS 판매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는 불완전판매로 금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은행권은 현재 H지수 ELS 불완전판매에 선을 긋고 있다. 아직까지 확인된 사례도 없다. 게다가 피해자 보상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인 위험상품 재가입 비율도 낮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에서 판매된 H지수 ELS 투자자 가운데 최초 투자자는 9.2%에 그친다. 

금융당국도 ELS 사태가 처음 떠오른 지난해 하반기보다 강경한 어조를 다소 누그러뜨린 모양새다.
 
홍콩 H지수 ELS 반토막 현실화, KB·하나·신한은행 순이익 순위도 바뀔까

▲ 금융당국의 태도에서는 투자자 배상과 관련해 다소 누그러진 어조도 드러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투자자가 예적금이 아닌 자기책임하에 가입한 금융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할 부분이 당연히 있다”며 “과거 사모펀드 등 상품 자체가 완전히 사기성인 사례와 지금 ELS를 같이 볼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 말만 하더라도 “저도 눈에 잘 안 읽히는게 ELS 상품 약관”이라며 은행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에 날을 세운 것과 대조적이다.

이 원장은 빨리 결론을 내려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전날 “최대한 필요한 검사를 빨리 진행하겠다”며  "2~3월이 지나기 전에 최종 결론을 내리려는 것이 지금 저희의 욕심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