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 구역 최강자는 나', '큰 차' 인기 속 차급별 베스트셀링카는

▲ 현대차 팰리세이드.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올 한해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큰차'의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 자동차 판매량 톱3에는 현대자동차 그랜저와 기아 쏘렌토, 카니발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급별로 국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여러 강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29일 비즈니스포스트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을 바탕으로 차급별 국내 베스트셀링카를 살펴봤다.
 
'자동차 이 구역 최강자는 나', '큰 차' 인기 속 차급별 베스트셀링카는

▲ 기아 레이. <기아>

◆ 경차 캐스퍼 뒷심에도 '노익장' 기아 레이 1위 확실, 내년 전기차로 '진검승부'

올해 1~11월 국내 경차 시장에선 출시 13년차를 맞은 기아 레이가 4만6676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예약했다.

현대차 캐스퍼는 올해 들어 9월을 제외하곤 매달 월간 판매량에서 레이에 밀리다 11월 재고 모델에 17% 할인을 단행한 데 힘입어 5701대로 1위에 올랐다. 전달보다 판매량이 56%나 급증했다.

하지만 캐스퍼의 1~11월 국내 누적판매량은 4만1430대로 이달 한달 만에 레이와의 격차(5246대)를 따라잡긴 불가능해 보인다.

레이는 2011년 말 처음 출시된 뒤 단 두번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친 1세대 모델로 여전히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다. 레이는 작년에도 국내 역대 연간 최다 판매량을 새로 썼는데 올해 판매량을 더욱 늘리며 그야말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레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우수한 공간활용성을 바탕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레이의 휠베이스는 2520mm로 동급 차량인 현대자동차 캐스퍼보다 120mm나 길고 전고(차 높이)는 1700mm로 중형 SUV 쏘렌토와 같다. 

다만 내년 13살이 되는 레이는 3살난 캐스퍼와 한층 치열한 판매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캐스퍼를 위탁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이 내년 하반기 캐스퍼 전기차를 출시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레이 누적 판매량에는 지난 9월 출시된 레이 EV 판매량(2742대)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레이와 캐스퍼의 판매격차는 2504대로 확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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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셀토스. <비즈니스포스트>

◆ 소형 SUV '셀토스' 준중형 SUV '스포티지',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국내서도 인기

국내 소형과 준중형 SUV 왕좌는 기아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2차종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지는 올해 1~11월 국내에서만 6만4010대가 팔려나가 같은 기간 4만156대가 팔린 투싼을 2만 대 넘는 격차로 앞서나가고 있다.

투싼은 국내 준중형 SUV 최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으나 스포티지 5세대 모델이 본격 판매를 시작한 2021년 8월부터 단 한 차례도 월간 판매에서 스포티지를 꺽지 못했다.

셀토스 역시 올해 1~11월 국내에서 4만7079대가 판매돼 2위 현대차 코나(3만2595대)를 멀찌감치 따돌려 뒀다.

소형 SUV는 현대차와 기아가 독식하고 있는 다른 차급과 달리 유일하게 국내 5개 완성차업체 모두가 주력 모델을 내놓고 치열한 판매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장이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 코나 2세대 모델, 한국GM 쉐보레의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페이스리프트, KG모빌리티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등 소형 SUV 신차가 쏟아져 나왔음에도 셀토스는 압도적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올해 판매추세를 고려할 때 출시 5년차를 맞은 셀토스는 2020년 세웠던 역대 국내 최다 판매량(4만9481대) 경신도 확실시 된다.

스포티지와 셀토스는 올해 1~11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각각 48만3905대, 31만7320대가 판매된 기아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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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그랜저. <비즈니스포스트>

◆ '세단은 현대차' 준대형 그랜저 준중형 아반떼 압도적 1위, 중형 쏘나타는 고전

올해 1~11월 국내에서 10만4637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현대차 그랜저는 준대형 세단뿐 아니라 올해 국내 시판 모든 차종 가운데 판매 1위를 확정했다.

그랜저는 2017년부터 확고한 국내 베스트셀링카로 자리잡고 있다. 

2015년 제네시스가 독립 브랜드로 출범하면서 그랜저는 현대차의 플래그십(기함) 모델로 올라섰다. 2016년 11월 6세대 모델인 그랜저IG가 출시된 이듬해부터 그랜저는 5년 연속 국내 자동차 판매 왕좌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에선 국내에서 6만8902대가 팔린 기아 쏘렌토에 박빙의 차이(1872대)로 밀려 2위를 기록했지만 작년 말 나온 7세대 모델(GN7)로 올해는 3년 만에 1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왕좌를 되찾았다.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 역시 현대차의 아반떼가 꽉 잡고 있다. 

올해 1~11월 아반떼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6만222대로 2위 기아 K3 판매량(1만1858대)의 5배를 넘어선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합친 전체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아반떼의 점유율은 75.4%에 달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급에서 특정 차종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례는 출시 차종 자체가 많지 않은 대형 RV 차급의 카니발(62%)을 제외하면 아반떼가 유일하다.

국내 중형 세단 시장 역시 현대차의 쏘나타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반떼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쏘나타는 올해 1~11월 국내에서 3만4476대가 판매됐다. 다만 이는 택시로 판매된 7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 쏘나타 뉴 라이즈 9009대가 포함된 기록이다. 

택시를 제외한 올해 판매실적은 2만5467대로 기아 K5 판매량(2만7233대)에 못미친다. 올 5월엔 페이스리프트 신차 쏘나타 디 엣지가 출시됐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실적이다.

쏘나타는 2000년~2010년 사이 2004년과 2009년을 제외하곤 9개년의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 1위에 올랐던 '국민차' 모델이다. 내년엔 명성에 걸맞는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자동차 이 구역 최강자는 나', '큰 차' 인기 속 차급별 베스트셀링카는

▲ 기아 쏘렌토. <기아>

◆ 중형 SUV 기아 쏘렌토 판매질주, 준대형 SUV는 팰리세이드가 장악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선 쏘렌토가 올해 들어 11월까지 7만7743대가 판매돼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던 지난해 판매 실적(6만8902대)를 11개월 만에 1만 대 가까이 초과달성했다.

쏘렌토의 판매질주는 국내 중형 SUV 시장을 장악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9월 페이스리프트 새 모델을 본격 판매한 쏘렌토는 11월까지 국내에서 석달 내리 그랜저를 제치고 월간 전체 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새 쏘렌토는 기아의 패밀리룩에 맞춰 가로형 헤드램프를 수직형으로 바꿔 다는 등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입고 판매실적을 크게 키웠다. 신형 쏘렌토의 출시 시점이 7세대 그랜저보다 1년가량 늦은 만큼 앞으로도 신차효과를 뿜어내며 그랜저를 넘어서는 판매 고공행진을 이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준대형 SUV 시장에선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적수가 없다. 올해 1~11월 국내에서 팰리세이드는 3만9027대가 판매됐다.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GV80 역시 같은 기간 2만4423대가 판매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팰리세이드보다 시작가격이 3천만 원 이상 높아 차급만 같을 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올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선 기아가 강력한 SUV 라인업을 바탕으로 차급별로 다수의 최고 인기 차량을 보유한 가운데 세단에선 현대차가 강세를 보였다.

내년엔 올해 국내 경차 시장에서 2위로 밀린 캐스퍼가 전기차를 추가할 뿐 아니라 중형 SUV 2위를 기록한 싼타페도 올 연말 5세대 신차로 판매량을 크게 키우고 있어 각 차급별로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