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빅4 올해 영업이익 대폭 감소, 본업 보릿고개에 신성장동력은 아직

▲ 국내 석유화학 '빅4'인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이 본업 부진에 신사업 성장 둔화까지 악재가 겹친 2023년을 보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과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빅4’가 올해 업황 악화와 배터리소재와 태양광 등 신사업 성장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올해 실적이 모두 기대치에 미달하는 수준에 그치며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이나 신성장동력 중심의 전략 변화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비즈니스포스트가 증권가 분석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석유화학 빅4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 합은 3조9153억 원으로 지난해(4조3470억 원)보다 약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LG화학이 2조8603억 원, 롯데케미칼이 영업손실 925억 원, 한화솔루션과 금호석유화학은 각각 7391억 원, 4084억 원이다.

2022년에는 석유화학 4사 영업이익 총합이 직전 연도(2021년) 대비 55% 감소했다는 점, 올해는 업황 부진으로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컸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해 석유화학기업들이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2022년 석유화학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던 배경에는 2021년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다. 2021년에는 석유화학 업체들이 의료용 소재 수요 급증과 가파른 업황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2020년보다 183% 늘었다.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원인은 2022년과는 다소 다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핵심 원인이기 때문이다.

업황 부진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더해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 기초원료와 범용 제품 분야에서 중국의 생산 증설 및 자급률 상승 효과가 반영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석유화학기업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과 원료인 나프타 가격의 차이)는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손익분기점으로 꼽히는 톤당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올해 3월 한때는 톤당 300달러에 육박했지만 12월20일 기준으로 이보다 크게 낮은 195달러에 머물러 있다.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해 에틸렌을 직접 생산하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 올해 영업이익은 30억 원가량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750억 원을 거뒀으나 올해는 적자를 간신히 면하는 셈이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사업부문은 올해 영업손실 1400억 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영업손실 규모를 80% 가까이 축소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내는 것이다.

에틸렌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 한화솔루션과 금호석유화학도 올해 내내 전반적으로 부진한 업황에 시달리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사업부문은 올해 영업이익 1600억 원 안팎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보다 14% 가까이 줄어드는 수치다.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 및 합성수지 사업부문은 올해 합산 영업이익 830억 원가량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70%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024 인더스트리크레딧아웃룩: 석유화학’ 보고서에서 “2023년에는 대규모 신규 증설이 이어진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대폭 축소된 스프레드 수준이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빅4 올해 영업이익 대폭 감소, 본업 보릿고개에 신성장동력은 아직

▲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여수국가산업단지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대표 석유화학기업들과 협력업체를 포함해 모두 225개 공장이 모여 있다. <여수시>

올해 석유화학기업에 더 큰 불안요소는 이들이 육성하는 신성장사업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통적 석유화학 사업은 더 이상 가파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한계사업’으로 꼽힌다. 이들은 자연히 성장 둔화를 만회할 신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배터리소재 사업,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 등 신사업 부문은 올해 눈에 띄게 부진한 실적을 냈다.

양극재를 중심으로 한 LG화학 배터리소재 사업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리튬 등 금속 원재료 업황 변동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

올해 LG화학 첨단소재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5% 감소한 62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2020년부터 양극재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처음으로 연간 감소세를 보이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2조7천억 원을 들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 사업 진출을 위해 대규모 투자금을 들였다.

그러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글로벌 동박 공급과잉과 국내 전기요금 인상 등 여파로 분기별 영업이익이 한 번도 1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올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78% 감소한 187억 원에 그친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사업은 상반기 높은 원재료(폴리실리콘) 가격과 함께 올해 내내 이어진 고금리 기조에 따른 수요 약세로 부진한 실적 흐름을 나타냈다.

LG에너지솔루션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분을 제외한 LG화학 자체사업 실적도 부진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석유화학 4사가 올해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내면서 기존 사업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 만큼 내년에는 화학제품 등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불안한 거시환경 속 국내기업의 신용전망’ 보고서에서 “공급부담, 수요부진 등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석유화학기업에는 성장기반 및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구조를 재정비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배터리소재 사업과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적 석유화학 사업이나 신사업 모두에서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시황 반등을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며 “다만 주요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배터리소재나 친환경에너지 분야의 장기 성장성에 의심이 적은 만큼 긴 호흡으로 성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
 
석유화학 빅4 올해 영업이익 대폭 감소, 본업 보릿고개에 신성장동력은 아직

▲ 국내 석유화학 주요 기업 4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