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류 신한'을 외쳤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이제는 국내 은행산업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장에 올라 '일류 은행업계'을 정조준 한다.

조 회장 앞에는 당장 현안으로 여겨지는 상생금융과 내부통제 강화를 비롯해 장기과제로 여겨지는 해외사업 확대까지 여러 과제가 쌓여있다. 신한금융그룹에서 보여줬던 과감한 추진력과 부드러운 소통의 역량이 다시 한 번 기대된다.
 
은행연합회장 조용병 겹과제, '엉클조' 모드로 상생금융과 홍콩ELS 매듭 푼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1일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은행연합회>


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취임식을 열고 3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현재 은행권이 마주하고 있는 과제들을 고려하면 금융당국과 은행들 사이에서 소통해야 하는 은행연합회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조 회장의 취임사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하게 된 부담감이 드러났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시기에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며 “제15대 은행연합회장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오늘,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은행권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르며 이토록 무거운 인사말을 준비하게한 여러 배경 가운데 가장 먼저 조 회장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과제로는 ‘상생금융’이 꼽힌다.

올해 초부터 은행권에서 시작된 상생금융 흐름은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갑질’ 등의 발언이 있은 뒤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그 중심에 은행연합회가 있다.

은행연합회는 11월29일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 마련 TF’를 꾸려 20여개 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담당자와 함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상생방안 마련을 지휘하고 있다. 

조 회장이 직면한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홍콩H지수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일각에서는 상품의 만기가 내년 상반기 도래한다는 점에서 아직 대책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고 바라본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악화로 홍콩H지수가 크게 하락해 상품 구조상 손실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문제의 핵심인 불완전판매 여부는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을 통해 판매된 금액이 16조 원에 이르는 만큼 은행연합회장으로서 조 회장이 당국과 은행 사이에서 조율에 나서야 할 수 있다.

책무구조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었다는 점도 조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CEO)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은행연합회는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내부통제 강화에 힘써야 한다.

물론 금융당국이나 정부의 칼날을 피하는 것만이 그의 과제는 아니다. 사원은행의 이익과 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는 은행연합회의 핵심가치에 따라 은행들의 중요 시장이 된 해외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도 나서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규제를 개선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로하면서 은행들이 해외 시장 공략 속도를 낼 것이란 점이 특히 해당 사안의 중요성을 높인다.

이처럼 은행권 앞에 놓인 길이 첩첩산중과 같은 탓에 조 회장은 ‘믿음’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권이 마주한 낯선 길을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각오를 가지고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많은 과제 앞에 주어진 조 회장의 고민과는 별개로 그가 신한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거치며 보여준 모습을 고려하자면 어려운 시기에 은행들을 잘 이끌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에서 일할 때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직원들과 잘 어울리다보니 삼촌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엉클(uncle) 조’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을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소통 역량은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민간 출신 최장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당국과의 소통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은행장 2년, 지주 회장 6년을 거친 만큼 당국과 소통해 온 시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그룹에서 다양한 인수합병(M&A)을 이끌어 협상에 능하다는 점도 금융당국과 은행의 가교 역할을 잘 해줄 것이란 기대를 더한다.

은행권이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조 회장의 강인한 추진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업무에 집중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그는 채용비리 관련 문제에 휘말려 있을 때 직원들에게 “신한을 둘러싼 외부 낭설에 현혹되거나 불필요한 내부의 구설을 만들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며 “저부터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다듬고 맡겨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은행연합회장 조용병 겹과제, '엉클조' 모드로 상생금융과 홍콩ELS 매듭 푼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조 회장은 해외 사업 강자 신한금융그룹을 최근까지 이끌며 경험한 것들은 바탕으로 은행들의 글로벌 진출도 원활하게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6년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첫 발을 떼며 “일비충천(一飛沖天), 한번 날면 높은 하늘까지 이른다는 뜻으로 2만6천여 신한금융가족 모두가 함께 새로운 꿈을 향해 비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1위 금융그룹 자리를 지켰으며 이에 더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포부를 지녔던 인물이다.

당면한 문제들로 아직은 발걸음이 무겁지만 기반을 다진 뒤에는 앞서 그러했듯 국내 은행산업의 비상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