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이 새 성장동력으로 꼽는 인공지능(AI)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견실한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신사업 투자에 힘주면서도 주주환원 정책 역시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대규모 AI 투자에도 이익체력 견조, 유영상 주주환원도 문제없어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9월26일 서울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SK텔레콤 >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인공지능 관련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은 기존 사업에 들어가던 투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5G 등 기존 통신관련 투자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어 이 부분을 돌리면 인공지능 투자 자원 확대가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유영상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공지능 관련 투자비중을 지난 5년(2019~2023년)의 12%에서 향후 5년(2024~2028년) 33%로 약 3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통신 설비투자 감소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별도기준 통신 설비투자(CAPEX) 규모는 2019년 약 2조9천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 추세를 이어가 2022년에는 2조2천억 원에 그쳤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2019년 2분기에 5G를 도입한 뒤 관련 통신서비스가 안정화되면서 설비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통신분야 투자규모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6월 기준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42.6%(알뜰폰 회선 포함)로 1위를 단단히 유지했다.

이렇게 통신부문에서 다져놓은 시장지위에다 설비투자가 줄며 양호한 현금창출력을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6%에서 2022년 9%로 1.5배가 됐다. 올해에도 수익성 개선세가 이어져 영업이익률이 1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나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SK텔레콤은 2021년 SK스퀘어 인적분할 이후 비경상적인 대규모 설비투자 소요 발생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자체창출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2022년에 취득한 하나금융지주 지분 3.1%에서도 배당금이 들어올 수 있다. SK브로드밴드와 하나금융지주에서 유입되는 배당금은 연간 약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SK텔레콤 대규모 AI 투자에도 이익체력 견조, 유영상 주주환원도 문제없어

▲ SK텔레콤이 인공지능 사업전략으로 내세우는 AI(인공지능) 피라미드 전략. < SK텔레콤 >

SK텔레콤이 양호한 이익체력으로 확보하는 현금은 유영상 사장이 펼치는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현재 ‘EBITDA-CAPEX’의 30~40% 수준을 연간배당총액으로 하되 최소 7200억원의 총 배당금액을 보장하는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른 SK텔레콤의 5일 종가기준 주당 기대배당수익률은 6.5% 정도로 4%대인 KT와 비교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6.3% 정도인 LG유플러스와 비교해도 높다.

아울러 유 사장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올해 자사주 3천억 원 취득 및 2천억 원을 소각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유 사장은 올해에만 1조 원 규모가 넘는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유영상 사장은 3월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한 주가부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주요 경영진 평가에 주가 비중이 높은 만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주가를 높일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유 사장이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제조기업 조비에비에이션에 1억 달러(약 1조3천억 원)를 투자하는 등 인공지능 이외 신사업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어 주주환원 정책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현금창출 능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유 사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주주환원 정책이 축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유영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SK텔레콤은 2023년 6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 1조9천억 원을 보유한 데다 연간 4조8천억 원 내외의 영업현금 창출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향후 1년 동안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원천은 약 6조7천억 원”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유동성 수준은 1년 안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 2조4천억 원(단기리스부채 포함), 설비투자뿐 아니라 배당금 및 금융비용 등 자금 수요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회재 연구원은 "SK텔레콤은 배당정책 훼손 없이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