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노조 파업 찬반투표, LG엔솔 '직격타' 피했지만 리스크 남아

▲ 미국 전미자동차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면서 LG에너지솔루션도 리스크를 안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최대 자동차산업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정식 파업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배터리 합작공장은 파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미자동차노조는 한국 배터리 3사의 모든 미국 공장에 노조 설립을 추진하며 압박을 더하고 있다.

22일 CBS뉴스 등 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 찬반투표는 현지시각으로 24일 이뤄진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전국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조 지도부가 파업을 시작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데 찬성하는지 여부를 두고 투표를 진행한다.

찬성표가 과반을 넘으면 지도부는 자동차기업들과 노사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때 언제든 파업을 시작할 수 있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는 9월까지 전미자동차노조와 노동자 평균임금 인상 등 조건을 두고 협상을 이어간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커 대화가 크게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 측에서 최대 40%에 이르는 임금 인상, 주 32시간 근무를 비롯한 공격적인 조건을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노조 파업 찬반투표, LG엔솔 '직격타' 피했지만 리스크 남아

▲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 UAW >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전미자동차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이례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파업 사태가 현실화되면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의 공장 가동이 사실상 중단되며 막대한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전미자동차노조가 10일 동안 전면 파업을 실시했을 때 미국 전체에 입힐 경제적 피해가 56억 달러(약 7조5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전미자동차노조가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노조인 만큼 파업에 따른 여파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오하이오에 공동으로 설립한 얼티엄셀즈 배터리 공장도 전미자동차노조가 정식 노조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번 파업 논의 대상에 배터리 생산공장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노조 파업으로 배터리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당장은 피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SK온과 삼성SDI를 포함하는 한국 배터리 3사는 전미자동차노조의 노사협상 결과와 관련한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빅3 자동차기업을 향한 노조의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가 한국 배터리업체와 공동으로 설립하는 합작공장에 모두 대표교섭 지위를 보장해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모두 GM이나 포드,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다수의 배터리 합작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모든 전기차 배터리공장에 전미자동차노조가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하면 이들 사업장은 자연히 주기적으로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직면하는 빅3 자동차기업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GM 배터리공장 노동자 임금이 자동차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 한다며 적극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결국 한국 배터리 3사를 향한 노조의 압박은 인건비 부담 등을 키우는 중요한 리스크로 자리잡게 될 공산이 크다.

미국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최근 한국 배터리 3사를 향해 직접 성명을 내고 미국 내 공장에 전미자동차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번 파업 사태에서는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게 됐지만 중장기적으로 노조의 압박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미국 자동차노조 파업 찬반투표, LG엔솔 '직격타' 피했지만 리스크 남아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주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얼티엄셀즈>

다만 파업 찬반투표가 빅3 자동차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노조의 협상카드일 뿐 반드시 실제 파업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의 소비 침체와 전기차 시장 성장률 둔화로 노조가 사측을 향해 일방적인 임금 인상 주장만 내놓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노사협상에 변수로 꼽힌다.

포드는 전미자동차노조 파업 투표에 앞서 성명을 내고 “자동차 산업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점에서 노조와 적극 소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