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미국 나스닥 상장절차 공식화, 삼성전자 애플 엔비디아 지분참여 전망

▲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미국 나스닥 상장 절차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 안내. < ARM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프트뱅크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ARM이 미국 나스닥 상장 절차에 들어간다. 2014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기술주 기업공개(IPO)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등 ARM의 주요 협력사가 상장 뒤 일부 지분을 사들여 우호적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22일 “ARM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르면 9월 초 나스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 신고서를 제출한다”며 “2023년 최대 ‘대어’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ARM은 영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술 전문업체다. 2016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됐다.

닛케이아시아는 소프트뱅크가 ARM의 기업가치를 600억 달러(약 80조4천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 인수한 가격인 240억 파운드(약 41조 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다만 소프트뱅크가 일부 지분만 미국증시에 상장하기로 한 만큼 기업공개 규모는 이보다 작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상장 지분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ARM이 시장에서 이러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프트뱅크가 목표한 기업가치가 현재 실적과 비교해 크게 고평가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회계연도에 ARM은 26억8천만 달러(약 3조6천억 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증권가에서 추산했던 ARM의 기업가치는 300억~700억 달러 사이로 크게 엇갈린다.

소프트뱅크는 ARM이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아 엔비디아 등 기업과 마찬가지로 높은 프리미엄을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ARM이 아직 인공지능보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주로 실적을 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RM이 미국증시에 상장하며 유리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시도하는 또 다른 방법은 주요 협력사가 투자에 참여해 우호지분 역할을 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 엔비디아와 인텔 등 대형 반도체기업이 ARM 상장 직후 장기 투자자로 지분을 일부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ARM 미국 나스닥 상장절차 공식화, 삼성전자 애플 엔비디아 지분참여 전망

▲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생산에 ARM의 반도체 설계 기반을 활용한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ARM과 협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반도체기업이 ARM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협업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향후 기술 사용 계약을 맺을 때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ARM 입장에서는 글로벌 대형 반도체기업의 지분 매수가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 참여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RM의 상장 규모는 2014년 알리바바 상장 이후로 기술주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는 경영난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한 상황인 만큼 ARM을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는 일이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다.

다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상장에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엔비디아 등 소수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만 폭발적 수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ARM은 아직 해당 분야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갖추지 못했다.

ARM은 구글 지주사 알파벳과 엔비디아, 메타 등 대형 IT기업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지만 아직 결실이 불분명한 만큼 시장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로이터는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의 주장대로 ARM이 인공지능 시장에서 큰 잠재력을 보일지가 중요한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며 “전문가들은 ARM이 인공지능 분야의 중심에 있는 기업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