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장화 브랜드 헌터부츠 파산,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 반복돼 판매량 떨어져

▲ 영국 각계각층에서 사랑받는 장화브랜드 헌터부츠가 경제여건 악화와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매출악화로 파산했다. 영국 글래스턴버리 축제에서 헌터 부츠 제품을 신고 있는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비즈니스포스트] 영국 왕실부터 연예인까지 널리 사랑 받던 장화브랜드가 기후변화와 팬데믹 여파로 파산했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장화브랜드 헌터부츠가 파산인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고 보도했다. 

헌터부츠는 1857년 노스브리티시 고무회사로 시작해 유명 제품 ‘웰링턴부츠’를 생산하며 영국 여왕 등 각계각층 인사가 착용하면서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대표적 장화브랜드다.

헌터부츠의 경영사 알릭스파트너스는 블룸버그를 통해 현재 헌터부츠의 빚이 1억4600만 달러(약 1883억 원)를 넘었다며 “(헌터부츠가) 2019년부터 큰 재정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알릭스파트너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기후변화 영향으로 장화 수요가 감소하면서 헌터부츠의 매출이 하락세를 보였다.

주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씨에 발생하는 진흙탕 때문에 장화를 신는데 기후변화 영향으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며 장화 수요가 떨어진 것이다. 이상고온으로 더운 날씨가 반복된 탓에 사람들이 장화를 덜 찾게 된 것도 한몫 했다.

특히 판매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북미 지역이 몇 년 동안 대체로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을 나며 지역 매출이 15.4% 감소했다.

알릭스파트너스의 자료에 따르면 브렉시트와 코로나19 등 경제여건도 헌터부츠의 재정을 악화시켰다.

헌터부츠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로 매출이 20% 떨어지자 구조조정에 돌입해 2021년부터는 매출을 다소 회복했지만 브렉시트 영향으로 공급망에 차질을 빚으며 재정이 다시 악화했다. 

파산 절차에 들어갔지만 헌터부츠 브랜드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산인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헌터부츠는 헌터브랜드의 지적 재산권을 미국의 브랜드 관리 회사인 어센틱브랜즈그룹(ABG)에 판매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제이미 솔터 어센틱브랜즈그룹 최고경영인(CEO)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솔터 CEO는  “헌터브랜드가 앞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