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가운데 2차전지 테마에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 

관련 매출이 없으면서도 2차전지 사업 진출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오르는 종목들이 나오면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차전지 사업 준비 소식만 알려져도 주가 폭등, 후발테마주 투자 주의보

▲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그릴업체 자이글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499.8% 폭등했다. <자이글>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가정용 전기그릴업체 자이글 주가는 전날보다 0.95%(250원) 오른 2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이글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499.8% 폭등했다.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힘입어 주가는 같은 기간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승폭이 자이글 다음으로 컸던 기업도 2차전지 소재인 리튬관련 테마주 지엔원에너지(247.2%)였다. 지엔원에너지 주가는 올해 들어 462.6%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크게 올랐다. 차이는 크지 않지만 최근 화제를 끌고 있는 에코프로(462.1%)보다도 더 올랐다.

이 외에도 2차전지와 관련해서 강원에너지(187.6%), 엔투텍(180.8%), 어반리튬(143.9%), 이엔플러스(141.5%) 등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상위권에 들었다. 

이들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에는 올해 초 에코프로를 필두로 한 코스닥 2차전지 대형 종목들의 강세가 있다. 

올해 들어 에코프로비엠(179.6%), 에코프로(462.1%), 엘앤에프(82.4%) 등 코스닥 2차전지 대형주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관심이 코스닥 중소형주로도 이어진 것이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갖혀 지루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차전지’ 효과에 코스닥이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명확한 근거 없이 2차전지 사업 진출 기대감만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 최근 크게 폭등한 자이글은 2008년 설립된 주방가전 전문기업이다. 고기를 구워먹는 불판이 대표제품으로 기업이름도 ‘지글지글 잘 익는다’는 뜻에서 따와 자이글이 됐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현재 적자기업으로 2021, 2022년 두해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25.9% 줄어든 149억 원이며 영업손실 26억 원을 냈다. 매출은 주방가전제품이 대부분으로 구성돼있다.

이러한 가운데 2차전지로 사업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에 힘입어 폭발적 주가 상승세가 나타난 것이다.

자이글은 지난해 12월 씨엠파트너 2차전지 사업부문의 제조공장과 생산설비, 개발 등 유무형 자산을 74억 원을 주고 인수하면서 LFP(리튬·인산·철)배터리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미국 버지니아주에 2차전지 합작법인 설립, 투자에 관련해 세부사항을 협의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에 2022년 회계년도 사업보고서에는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2차전지 관련내용이 추가됐다. 

자이글은 사업보고서에서 “충분한 시간을 통해 2차 전지 관련 산업에 주목해 신수종 사업으로 LFP 배터리 사업을 시작했다”며 “국내 기술로 활물질부터 자체 개발한 LFP 배터리 자산을 인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테마주로 함께 급등한 종목들도 비슷하다. 

지엔원에너지의 경우에는 지열 냉난방 시스템 사업을 추진하다 2차전지 필수소재 ‘리튬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엔투텍, 리튬코리아 등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튬 테마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인수 이후 지엔원에너지는 지난해 12월 주주총회를 통해 기업 정관에 ‘2차전지 소재 제조 및 판매’, ‘염호 리튬 회수 및 소재 생산’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2차전지·리튬 관련 내용을 추가하면서 리튬사업을 시작했다.

강원에너지는 1976년 설립된 산업용설비, 화공설비를 설계 및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2020년 사업보고서 감사에서 한정의견을 이유로 거래가 정지됐으나 이후 2022년 5월 심의를 통과하면서 거래가 재개됐다. 

강원에너지는 2022년 7월 2차전지 관련 기업인 강원이솔루션을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2차전지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강원이솔루션의 수산화리튬 및 양극재 첨가제 생산 구축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상승세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테마주의 위험성에 대해서 꾸준히 경고하고 있다. 명확한 근거 없이 주가가 급등한 만큼 이후 상승세를 되돌릴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테마주는 짧은 시간이 폭발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면서 “시장의 수급이 받쳐주지 않거나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른 테마로 넘어가며 순식간에 손실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 매매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단순 사업진출 기대감이 아닌 실질 수혜여부와 사업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세를 연출했던 기업들 중 대다수는 기존 비즈니스모델과 연관이 없는 신규 사업으로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사업성이 있는지, 과도한 투자비용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등 충분한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