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사업 ‘리브엠(리브모바일)’이 금융위원회의 사업 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리브엠이 시범사업 딱지를 떼고 정식사업으로 인정 받더라도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와 상생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가 도입될 수 있는 만큼 알뜰폰사업 진출 가능성이 있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승인 초읽기, 금융위 규제 강도에 은행권 촉각

▲ 2019년 10월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에서 열린 리브모바일(리브엠) 출시행사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 3번째), 허인 당시 KB국민은행장(현재 KB금융지주 부회장, 오른쪽 1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KB금융지주 >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30일 소위원회 열고 혁신금융서비스 1호사업인 국민은행의 알뜰폰사업 ‘리브엠’의 최종 승인 여부를 논의한다.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향후 한두 번 더 논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는데 30일 회의는 리브엠 최종 승인과 관련한 방향성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리브엠은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지금껏 약 4년 동안 운영됐다. 기본 2년에 연장 2년을 합쳐 최대 4년으로 이뤄진 승인 기간이 이제 곧 끝나 사업을 계속하려면 은행의 부수업무로 금융당국의 정식 승인을 받아야 한다.

리브엠이 이번에 은행의 부수업무로 정식 승인을 받으면 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알뜰폰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금융 및 통신업계에서는 리브엠이 출시 이후 4년 동안 시장에서 꾸준히 가입자를 늘리며 경쟁력을 보인 만큼 최종 사업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리브엠 가입자 수는 2019년 4월 출시 이후 2021년 5월 10만 명, 2021년 11월 20만 명, 2022년 5월 30만 명, 2023년 2월 40만 명을 넘겼고 최근(23일 기준)에는 41만 명까지 넘어섰다.

통신3사의 대리점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역시 전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알뜰폰사업의 은행 부수업무 지정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그동안 골몰상권 보호를 이유로 리브엠의 정식 사업 승인에 반대해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입장문에서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알뜰폰 활성화라는 대의명분에 공감한다”며 “은행들의 금권 마케팅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장치가 마련된다면 알뜰폰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은행의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알뜰폰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의 요구대로 기존 사업자와 상생하는 방안 등을 담은 새로운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전날 입장문에서 은행의 알뜰폰사업에도 요금제 가격 규제, 시장 점유율 규제 등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의 알뜰폰사업 역시 기존 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받고 있는 규제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브엠은 혁신사업을 시험하는 ‘규제 샌드박스’로 운영된 덕에 그동안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것으로 여겨진다.

새로운 규제가 어떻게 도입될지는 알뜰폰사업 진출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시중은행들에게도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리브엠은 혁신금융서비스사업의 성공사례로 여겨지며 은행업계에서는 그동안 다른 시중은행의 알뜰폰사업 진출 가능성이 끊임없이 나왔다.

특히 하나은행이 3월 초 새로운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고 신한은행이 지난해 KT와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대형 은행의 알뜰폰시장 진출 가능성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모두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알뜰폰 요금제를 운영할 뿐 알뜰폰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진출 가능성을 낮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이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한 데는 향후 사업 승인이 났을 때 뒤처지지 않게 사업을 준비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이라며 “통신업은 은행보다 고객을 잡아두는 락인효과가 강하고 통신요금 결제정보 등을 활용해 본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큼 리브엠이 정식 사업으로 승인을 받으면 상황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의 알뜰폰사업에 새로운 규제가 생긴다면 후발주자는 이미 고객을 40만 명 이상 확보한 KB리브엠과 비교해 핸디캡을 지닐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알뜰폰시장이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은행이 기존 알뜰폰사업자와 유사한 수준 규제를 받는다해도 알뜰폰시장 진출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알뜰폰이 전체 이동전화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월 말 가입회선 기준 14%에 불과하다. 이중 리브엠의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알뜰폰시장 내 점유율만 놓고 봐도 4~5%대에 그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통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국민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을 대상으로도 점유율 규제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시중은행이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다해도 점유율을 늘릴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시장은 전체 통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금융사가 알뜰폰시장에 새로 유입돼 점유율 확대를 위한 출혈경쟁만 하지 않는다면 서비스 질 향상 등을 통해 파이 자체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4월 리브엠 혁신금융서비스 만료를 앞두고 1월 금융위에 통신업의 부수업무 지정을 요청하는 ‘규제개선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라며 “긍정적 답변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