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떠나는 금융기업 잡아라, 금융위 부위원장 김소영 ‘영업사원’ 자임

▲ 금융위원회가 국내 금융산업과 금융사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는 가운데 최근 보폭을 넓혀온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최근 정책금융지원협의회, 외신기자간담회, 청년도약계좌 발표, 기업 M&A 지원 간담회에 나선 김 부위원장의 모습. <금융위원회>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입지 강화를 위해 홍콩을 떠나는 글로벌 금융회사 잡기에 나선다. 

금융위가 연이은 세미나를 열고 각 업권의 의견을 듣는 가운데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입지를 키워온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나서 향후 성과 여부가 주목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국제화 대응단’을 새로 만들고 국내 금융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단장은 김 부위원장이 직접 맡는다.

김 부위원장은 홍콩에서 떠나고 있는 글로벌 금융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원인은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다. 중국의 홍콩에 대한 영향력은 2020년에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서 극대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최근 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홍콩정부 조사결과 홍콩민주화운동이 있었던 2019년을 정점으로 홍콩 내 외국기업 헤드쿼터(본부) 및 근무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 

2019년 헤드쿼터 숫자는 1541곳이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1411곳까지로 줄었다. 근무자 수도 19만 5천 명에서 13만6천 명으로 30% 가량 감소했다.

금융위는 이런 상황 속에서 홍콩을 '탈출'하는 금융 관련 기업들을 잡는데 힘을 쏟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는 1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1차 금융산업 글로벌화TF(태스크포스)’를 열었다. 

김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TF 논의결과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데 중점을 두겠다”며 “필요하다면 직접 영업사원이 돼 해외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우리 금융산업 및 금융회사를 세일즈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행정고시로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달리 학자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위원으로 활약한 뒤 계속해서 입지를 넓혀 오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 개선 실무작업반’를 매번 주재하며 금융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와 같은 정부의 굵직한 정책을 직접 나서서 발표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대응단에 ‘에이스’를 배치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송현도 전 주중한국대사관 금융관이 담당 국장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송 전 금융관은 2020년 해외주재 대사관에 ‘금융관’으로 발령난 첫 사례다. 국제 금융전문가로 꼽혀 김 부위원장의 오른팔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첫 TF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금융특구 지정이었다. 발제를 맡은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이 모두 이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디지털금융특구 조성방안과도 비슷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비전 2030’을 2021년에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25년까지 ‘서울디지털금융허브지원센터’를 새로 만든다. 글로벌 금융오피스를 확대 조성해 서울 소재 해외금융기관을 25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오 시장은 최근 런던증권거래소를 찾아 “여의도가 국제금융중심지 특화형 주거단지로 조성된다”며 “재건축 사업으로 국제규격 축구장 7개 크기의 금융지원시설을 공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시처럼 국가 차원에서 도시 경쟁력을 높이려 기울인 노력은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글로벌컨설팅 기관 지/옌(Z/Yen) 사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128개 도시 가운데 11위였다. 2019년에 36위를 유지한 것을 빼면 순위는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홍콩, 상하이, 베이징, 선전에 이어 6위였다. 

금융연구원은 금융특구뿐 아니라 한 분야에 특화하는 백오피스 유치방안도 제시했다.

백오피스는 일선 업무를 후방에서 지원하고 돕는 부서 또는 그러한 업무를 의미한다. 주요 성공사례로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이 꼽힌다. 

아일랜드 정부는 1987년 더블린에 국제금융센터(IFSC)를 열었다. 이곳에서 조세 등 각종 혜택을 주며 백오피스 업무를 유치해 런던 국제금융허브를 지원하는 역할로 더블린이 자리잡도록 도왔다.

김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어렵지만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라는 점을 강조하며 달성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언어와 문화 등의 영향을 받는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는 제조업보다 매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국내 금융산업의 지속발전과 실물경제 성장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며 범 금융권이 함께 고민하고 추진하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