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먼저' 주주환원은 '파격적', 함영주 하나금융에 ‘1등 DNA’ 심는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사회공헌활동이나 주주환원 정책 등에서 하나금융그룹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을 두고 하나금융그룹 직원들의 ‘국내 3등 그룹’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그룹에 ‘함영주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로 사회공헌활동과 주주환원 정책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 하나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기도 하다.

함 회장이 주도하는 이런 변화는 그가 틈날 때마다 강조하는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이라는 목표로 가기 위한 기반 다지기로도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가운데 하나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이 가장 많은 이목을 끌고 있다.

일단 하나금융지주의 배당성향과 배당성향 증가 폭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크다는 점이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배당성향은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기업의 주주환원 의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잣대로 여겨진다. 

하나금융지주의 2022년 배당성향은 26.9%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우리금융지주도 배당성향을 높였지만 하나금융지주에는 못 미친다. 우리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021년 25.3%에서 2022년 26%로 0.7%포인트 높아졌다. 

KB금융지주는 배당성향 26%를 유지했다. 신한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021년 25.2%에서 2022년 22.8%로 2.4%포인트 낮아졌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도 추진한다. 

하나금융지주는 또 중장기적 총주주환원율 목표로 50%를 제시했다. 다른 금융지주가 30~40% 수준의 총주주환원율을 목표로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라는 수식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하나금융지주가 9일 진행한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나온 대부분 질문이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된 것이었을 정도로 하나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나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이 파격적으로 변한 데에는 무엇보다 함 회장의 의지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함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하고 한 달 뒤 하나금융지주는 2005년 지주사 설립 뒤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사회공헌활동에 보이는 적극적 행보도 함 회장 취임 뒤 나타난 변화로 꼽을 수 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이전과 달리 금융권 기부금 행렬 등에서 가장 앞에 나서거나 기부금 규모를 키우는 식으로도 이 분야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지역 복구와 수재민 지원에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기부금인 30억 원을 내놨고 지난해 말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에도 신한금융지주 다음으로 많은 돈을 기부했다. 

최근에는 튀르키예·시리아 피해 지역에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구호금 지원 소식을 알렸는데 이는 보통 업계 1위 기업이 업계 공통의 중요한 사안이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분위기와도 크게 다른 것이다.

함 회장이 사회공헌활동이나 주주환원 정책 등에서 하나금융그룹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을 두고 하나금융그룹 직원들의 ‘국내 3등 그룹’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직원들에게 ‘우리도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취임 뒤 틈날 때마다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이라는 목표를 강조한다. 그는 단 한 번도 ‘국내 1등’을 언급한 적이 없지만 사실상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가려면 국내 1등은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목표다. 

최근 금융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주주환원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어 실제로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단순히 실적 기준으로 하나금융그룹을 ‘3등 그룹’으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시선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며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하나금융그룹은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을 지향한다고 했다”며 “아마 많은 이들이 국내에서도 최고가 아닌데 어떻게 아시아 최고가 될 수 있냐고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비웃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예로 들며 “해보지 않았을 뿐 못 할 일은 없다”며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을 향해 올해도 다 함께 힘차게 뛰어가자”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