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218조 투자’ 인센티브 승인 받아, TSMC 추격 시도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9곳의 새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것과 관련해 대규모 인센티브 제공 계획을 승인받았다.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텍사스주 당국에서 모두 9곳에 이르는 삼성전자 신규 반도체공장 투자 지원을 위한 세금 감면 인센티브 제공 계획을 승인했다.

삼성전자가 최대 경쟁사인 대만 TSMC를 뒤따라 미국 내 파운드리공장 투자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3일 지역언론 KVUE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주 테일러 교육구 당국은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신청한 반도체공장 9곳 투자 계획에 따른 인센티브 지원을 결정했다.

‘챕터313’으로 불리는 해당 인센티브 제도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건설되는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교육구에서 부동산세 등 세금을 거두는 데 제한을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가 향후 텍사스주에 추가로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테일러 당국은 삼성전자가 앞으로 텍사스주에 건설할 계획을 내놓은 9곳의 반도체공장을 대상으로 지원을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챕터313 인센티브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텍사스주에 현재 운영하는 오스틴 반도체공장 및 현재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 이외에 9곳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추가로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34년부터 2042년까지 매년 한 곳의 새 반도체공장 가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내용이다.

KVUE는 삼성전자가 해당 투자 계획을 모두 실현하면 1676억 달러(약 218조 원)에 이르는 금액을 들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테일러 반도체공장에 170억 달러의 초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약 10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상당히 공격적 수준의 투자 계획을 제시한 것은 텍사스주의 챕터313 인센티브 제도가 올해를 끝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은 투자 계획만 나중에 세금 감면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삼성전자가 최대한 장기적 관점에서 가능성이 있는 투자 계획을 수립해 제출한 셈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승인받은 투자 계획을 모두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실제로 미국에 218조 원에 이르는 수준의 시설 투자가 모두 집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KVUE를 통해 “테일러 당국의 챕터313 인센티브 승인을 환영한다”며 “파운드리업계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기회를 찾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승인받은 투자 계획은 잠재적 방안에 불과하다며 아직 시설 투자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그러나 경쟁사인 TSMC가 최근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도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비슷한 전략을 써야만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218조 투자’ 인센티브 승인 받아, TSMC 추격 시도

▲ 대만 TSM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사진.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설립하고 있는데 최근 반도체장비 반입식에서 투자 규모를 모두 400억 달러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 내 주요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생산 능력을 키워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와 AMD, 퀄컴 등 미국 내 주요 고객사 수주를 두고 TSMC와 경쟁하고 있는 만큼 투자 확대를 통해 적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공급 능력이나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그레그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삼성전자가 처음 챕터313 지원을 신청하며 9곳의 신규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제시했을 때 이를 크게 환영하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서 챕터313 프로그램을 통해 감면받게 되는 세금 규모는 최대 수십억 달러(수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텍사스주 차원에서 세금 감면 이외에도 공장 부지 확보와 인프라 구축, 다른 형태의 금전적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게 될 공산도 크다.

미국 정부도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장려하며 막대한 지원금 및 세제혜택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실제로 텍사스주에 반도체공장 투자를 확대할 지 여부는 투자 비용에 따른 기대효과와 고객사들의 잠재적 수요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KVUE를 통해 “이미 테일러에 170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미국의 기술 발전과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며 “테일러 당국과 협력을 확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